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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법칙-악당은 주인공보다 먼저 죽는다.
 
홍종오 영화감독   기사입력  2020/08/09 [15:58]
▲ 홍종오 영화감독    

영화 속 악역은 주인공과의 팽팽한 대립으로 관객에게 긴장감을 준다. 대부분의 영화가 권선징악으로 끝나며 희망을 주지만 영화가 흥미로운 이유는 사실 악역이 있기 때문이다.  관객이 영화 속 악당에게서 어떤식으로든 매력을 느꼈다면, 그 캐릭터는 현실 세계의 단면을 품고 있을 소지가 크다.

 

선과 악이 다투는 숱한 이야기들 속에서 악당이 어떻게 취급되는지를 보면 해당 작품의 세계관이 가늠되기도 한다. 사실 영화에서 매력적인 악역이 주목받는 경우는 많지만 막상 악당이 주인공으로 전면에 등장하는 경우는 드물다. 흥행이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주인공의 시선에서 영화의 스토리를 따라가게 된다. 상업적으로 흥행하는 영화나 드라마는 거의 예외없이 관객이 주인공을 응원하고 싶게 만든다. `올인` `불새` `주몽` `타짜` `선덕여왕` 등 성공한 드라마의 제작자 김태원씨는 저서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의 탄생`에서 "한국인이 좋아하는 스토리의 주인공은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며 한국에서 흥행하는 영화와 드라마의 공통점을 정리했다. 1) 순수성과 도덕성의 소유자 2) 정신적, 사회적 장애로 인한 도립 또는 낙오, 권력에 의한 희생 당하는 처지, 3) 생사를 달리 할 만큼 극단적인 딜레마에 휘말린 상황. 4)가족 또는 동료, 백성과 나라를 위해 스스로 고난의 십자가를 진다.


실제로 대표적인 1000만 흥행 영화인 `괴물`과 `명량` 과 `어벤져스` 시리즈의 히어로물 같은 대작 영화 속 주인공들에 대입해 보면 상당히 잘 들어맞는다는 걸 알 수 있다. 관객은 영화 보는 동안 주인공을 동정하고 열성적으로 응원하면서 마침내 주인공들이 악당을 물리쳤을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영화에 대해 입소문을 내게 되고 영화는 흥행 가도를 달리게 되는 것이다. 악당이 강하면 강할수록 영화는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프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에 반해 악당이 주인공인 영화는 관객 입장에서는 보기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영화에서 주인공을 대신해 욕을 해야 할 대상이 없기에 딜레마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제작자와 감독의 입장에선 주인공이 악당임에도 관객들이 감정이입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주인공의 악행에 대해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것이다. 주인공이 처한 상황이 그만큼 절망적이고 드라마틱 해야 한다.

 

관객과의 감정이입 되지 못하는 영화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영화 `기생충`과 `조커`는 악당이 주인공이다. 그래서 이 영화들은 호불호가 갈린다. 반감을 가진 이들도 많다. 그들이 느끼는 반감과 불편함은 감정이입을 해야 하는 대상(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지 못하는 데서 찾아오는 괴리감이라 할 수 있다.

 

사람마다 영화를 고르는 기준이 다를 수 있다. 이는 취향의 문제다. 같은 영화를 보고 별 5개를 주는 관객이 있는가 하면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한 나머지 중간에 극장을 나서는 관객도 있을 수 있다. 영화는 그 시대를 반영 하는 예술이다. 요즘 개봉하는 영화들을 보면 악인이 주인공이거나, 혼란과 아픔을 다룬 영화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만큼 현실이 어렵다는 방증이다. 작년 제55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정우성은 "영화는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라 생각한다. 시대의 그림자에 밝은 햇살이 비춰서 영화라는 거울이 시대를 비출 때 좀 더 따뜻하고 일상의 아름다움을 더 담을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오길 바란다"며 수상 소감을 전했다.

 

코로나19와 집중 호우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 속, 한국이라는 장편 영화가 제작되고 있는 시점에서 관객들로부터 사랑 받고, 흥행하기 위해서는 악당들만의 대결이 아닌 각자의 취향을 인정하고, 갈등 해결을 위한 대화와, 이분법적 대립 정국을 타개해 나가려는 대승적 화합의 엔딩이 중요하다. 재미없는 영화는 별점 테러를 당하기 십상이며, 한국인들은 `새드엔딩` 보다는 `해피엔딩`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 속 악당들은 언제나 주인공보다 먼저 죽는다. 그게 영화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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