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위자 전 부경대 겸임교수

`타임뱅크(time bank)`란 자신이 할애할 수 있는 능력으로 이웃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면 도움을 준 시간만큼 시간을 저축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저축된 시간은 내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할 때 요청을 하면 자신이 저축한 시간만큼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간 저축제도`입니다. 내가 필요 없을 경우 그 시간을 남에게 기증 할 수도 있습니다.

예전 우리 조상들이 농사를 지을 때 이웃끼리 힘든 일을 서로 거들어 주면서 품을 지고, 갚는 일종의 품앗이와 비슷한 형태입니다. 품앗이의 `품`은 노동력을, `앗이`는 지고 갚는 것을 의미합니다. 주로 가래질하기, 모내기, 물대기, 김매기, 추수, 풀베기, 지붕의 이엉 엮기, 퇴비만들기, 길쌈하기 등에 집중적으로 활용되었습니다.

품앗이는 한국의 공동 노동 중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생활 형태 가운데 하나입니다. 한 가족의 부족한 노동력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가족들의 노동력을 빌려 쓰고 나중에 갚아주는 방식입니다. 실 예를 들면 정부재난지원금 신청이 어려운 분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쉬운 신청방법 안내로 10시간 봉사`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김치를 담그려 하는데 경험이 없어 방법도, 맛도 보장 할 수 없어 타임뱅크에 `김치 담그기를 도와 줄 사람을 신청`합니다.

그러면 타임뱅크에서 김치 담그기 도와주실 분들을 보내주셔서 맛있게 김치를 담그고, 담그기를 도와주신 분께는 그만큼 타임뱅크에서 시간을 빼 보내드립니다. 물론 제게 있는 시간은 그만큼 차감되고요. 지역화폐 운동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타임뱅크`가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자원봉사은행`이라는 개념으로 소개돼 50여 개 지자체가 현재 이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타임뱅크는 자원봉사의 또 다른 방식인데 자원봉사활동이 보다 한 차원 진화(進化)된 것입니다. 육체적ㆍ물질적 자원봉사 방식이 1차원적이라면 타임뱅크는 2차원적 방식이라고 볼수 있습니자. 타임뱅크의 창시자 에드가 칸으 저술한 `이제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에는 지난 20여 년간 타임 달러 ㆍ타임 뱅크에 대한 풍부한 사례들이 의미있게 소개되고 있습니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무용(無用)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 즉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는 생각이 들 때 우리는 가장 슬프고, 속상하고, 우울하고 끝내 죽고 싶은 마음까지 생길수 있습니다. 영묘한 힘을 가진 우리 인간들은 문자 그대로 `호모 싸피언스`이기 때문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한 번씩 이런 경험은 했을 겁니다. 민감하고 예민한 사람들은 어쩌면 더 자주 경험했을지도 모릅니다.

사회적 약자들은 아마 더욱 자주 이를 경험했을 것입니다. 타임뱅크 봉사활동은 이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해결방안이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타임뱅크의 핵심은 봉사수혜자가 다양한 방면에 수혜 받은 능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 그를 통해 수혜자가 기여자가 되고 싶어 하는, 되갚고자하는, 만물의 영장만의 전유물인 인간 본능에 충실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인간의 선한 본성을 따르며 결국은 지금 보다 더 나은 사회가 필연적으로 올 수 밖에 없습니다. 봉사활동 후 타임뱅크에 입력, 도움이 필요한 경우 타임뱅크 시스템을 이용하여 봉사의 수혜자가 될 수 있는 방식을 활용합시다.

일방적인 수혜와 일방적인 봉사는 더 이상 시대적 요청이 아닙니다. 타임뱅크에 대한 울산시민의 인식 확산을 위해 향후 타임뱅크에 대한 이야기를 더 이어 가고자 합니다. 타임뱅크는 울산을 더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드는데 꼭 필요한 시대적 요청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