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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의 완성
 
김남수 시인   기사입력  2020/08/12 [16:01]

둥근 것을 보면 아프다

 

예리한 칼날이 사과를 둘로 자를 때
나는 베어지고 다시,
넷으로 여덟으로 자를 때
나는 깊숙이 베어지고 사과는 둥글게 젖는다
 
그것이 사과의 완성이라고 일러준 아버지, 누군가 사과를 자르는 아침이면 집으로 돌아왔다
멀리서도 소름이 돋는다고 했다

 

그런 날이면
지금은 멀리 있는 결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아버지의 집에서 종소리가 걸어 나왔다
주머니 가득 데려온 소리들 더러는 허물어지고 더러는 여물어 가던
 
오늘도 사과를 자른다

 

넷으로 여덟으로 사과는 완성된다
 
나는 자꾸 앓는다

 


 

 

▲ 김남수 시인   

둥글다는 것은 그 안에 둥근 것으로서의 ‘집’과 둥근 선이 지향하는 ‘길’이 다 들어있다. 언뜻 보면 둥근 것이야말로 완성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시의 화자는 둥근 사과를 칼로 베고 자르는 과정을 통해서 완성을 꿈꾸고 있다. 이러한 사유는 단독자인 둥근 사과는 독자적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는 역설을 내포하고 있다.

 

이 시의 화자가 둥근 사과를 넷으로 여덟으로 나눔으로써 완성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은 관계지향적 사유이다. 화자의 이러한 사유는 기독교적 나눔을 통한 사랑을 지향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는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사과를 지켜보는 화자인 ‘나’는 자꾸 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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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8/12 [16:01]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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