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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유서희 수필가   기사입력  2020/08/12 [16:04]
▲ 유서희 수필가   

이게 얼마만인가. 하루 내내 축하를 받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 할 지경이었다.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어안이 벙벙했다. 생일을 축하가 연일 이어졌다. 어떤 사람은 생일 축하가 일주일은 기본으로 이어져야지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화려했던 생일 파티는 추억 속의 아련한 그리움이 된 지 오래다. 해마다 돌아오는 생일이지만 예년과 달리 많은 축하를 받은 것이 의아스럽기만 하다. 석양의 노을이 한 폭의 수채화로 물들어가고 있는 바닷가에 앉았다. 갖가지 준비물들이 펼쳐지고 버너의 불이 지펴졌다.

 

후라이팬에는 눈맛부터 사로잡는 양념고기가 파도의 리듬에 맞추어 군침도는 소리를 내며 익어갔다. 커다란 도자기 접시에는 방앗간에서 간 찾아 온 쑥카스테라가 꽃잎에 둘러 싸여 춧불을 이고 있다. 잠시 후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생일상이 바다를 배경으로 차려졌다.

 

그날따라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바람은 촛불의 춤사위를 더욱 황홀하게 했다. 행복한 식사 시간이 끝나자 생일 축하 연주가 기다리고 있었다. 또 한 분의 천사가 생일상 못지않은 선물을 준비해 온 것이다. 식사가 끝나자 갑자기 비가 내린 탓에 다른 장소에서 축하 무대가 이어졌다. 대형 스피커와 색소폰, 반주기등 준비물이 그야말로 공연을 위한 셋팅이었다.

 

두 천사의 감동적인 선물 덕분에 그날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주인공이 되었다. 다음날은 유튜브를 지도해 주신 선생님의 깜짝이벤트가 이어졌다. 난생 처음 경험해 보는 온라인 축하였다. 일정대로라면 그날은 온라인 강의가 있는 날이라 보조교사인 나도 함께 수업을 진행해야 하였으나, 가족들과 시간을 갖는다는 이유로 늦게 입장하여 인사만 나누기로 하였다.

 

수업을 돕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에 일찍 식사를 마쳐 입장하겠다고 하니 커피 쿠폰을 카톡으로 선물 해 커피를 마신 후 예정된 시간에 입장하라고 하였다. 왜 꼭 그 시간에 입장하라는지 이상하긴 하였으나 가족과의 시간을 더 주려고 하는 것으로만 생각했다. 약속 된 시간에 입장을 하고 수강생들과 인사를 나누던 중 유튜브 선생님이 화면에서 사라지더니 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나타났다.

 

그리고 그 방에 있는 사람들에게 축하 메세지를 나누게 한 뒤 생일자 대신 케이크의 불을 대신 꺼 주셨다. 그날의 수강생 몇 분만 있는 줄 알았으나 많은 분들이 그 방에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유튜브 수강생들의 단체 카톡 방마다 내가 들어가 있는 탓에 선생님이 한 사람 한 사람 전화를 걸어 수강생들을 온라인 방으로 모이게 한 것이다  접 얼굴을 마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진하게 느껴지는 감동은 오랫동안 행복의 물결을 출렁이게 했다.

 

평소 가깝게 지내는 친구는 또 얼마나 큰 감동을 주었던가. 그리고 하루 내내 휴대폰을 들여다보게 한 지인들의 축하는 서녘하늘을 수놓던 노을처럼 내 마음을 붉게 물들였다. 예년과는 달리 올 해는 유난히 많은 축하를 받았던 관심의 근원을 나름대로 그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첫 번째는, 코로나19로 인해 시간적인 여유가 많아진 이유로 휴대폰을 들여다 볼 시간이 많아진 것이다. 사람들의 인간관계를 강화시키거나 새로운 관계를 만들 수 있는 SNS에서 생일을 알려 주는 덕분에 친구를 맺은 다양한 사람들의 생일을 쉽게 알 수 있다. 코로나19가 발생되기 이전에는 바쁜 일상을 핑계로 지나치던 것도 코로나19 발생 이후에는 휴대폰을 통해 알게 되는 소식들을 자세히 보게 된 것이다.

 

두 번째는 코로나19가 가져다 준 공포감과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내일에 대한 불안감이다. 그로인해 무관심했던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된다. 코로나19가 가져다 준 가장 큰 깨달음은 일상의 소중함이다. 여느 때처럼 기지개를 켜고 맞이하는 아침, 가족들과 행복한 식사를 하던 일상은 물질풍요시대에 묻혀져 버렸다.

 

그러나 코로나19는 가족과의 한 끼 식사도 며칠 전부터 의논을 해야만 함께 식사를 할 수 있었던 각자의 생활들은 일순간 사라지게 하고, 친구와 지인들은 보고픔을 달래며 SNS상에서만 만나게 되었다. 일상을 회복해 가고 있는 요즘, 친구에 대한 소중함과 함께 걸어 주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이 깊어진 것이 이유로 생각된다. 친구가 선물을 건네 주면서 한 말이 내내 귓전에 맴돈다

 

. 진정한 선물은 그 사람을 위해 어떤 선물을 준비할까 생각하는 순간부터 선물을 포장하는 마음이라고. 한 사람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고 선물을 고를 때 그 사람이 마음에 들어 할까, 실망하지 않을까……. 갖은 상상을 하면서 선물을 준비하고 포장하는 그 마음이 진정한 선물인 것이다. 물질적으로 풍족해졌고 SNS를 통해 다양한 사람과의 교류는 폭넓어졌지만  `마음`을 받는 것만큼 큰 행복은 없다. 소중한 마음을 넘치는 기쁨으로 받은 나는 바다를 향해 소리친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마음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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