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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데 보지 못하는
 
조세핀 시인   기사입력  2020/09/16 [16:04]

 말을 타고 해변을 달리는 일은
바람의 집에서 태어난 모래 같은 아이들 위를
밟아보는 일이다
고삐를 움켜잡고
출렁이는 파도를 따라 걷다가
지고 없는 해를 바라보는 일이다
멀리서 하얀 성채가 저 혼자 무너지고
황급히 움켜진 시집 두 권과 한 권의 노트는
그새 손아귀를 빠져나가 모래 먼지를 일으키기도
처음부터 그러지 않았던 일은 없었던 것처럼
노인이 미끄럼틀을 타듯
사랑하기 시작한 애마는
모래 위를 미끄러져 간다
이제는 쓸모없어진 스웨터의 목을 풀어내어
낡아버린 세월의 집을 짓는 무심한 휴일
모래가 잔뜩 얹힌 말의 잔등 위에서 내려서면
보이는 대로 보는데도
보이지 않는 것들

 

거울 앞에 서서
나를 바라보는 흰 말이 도착하기를 기다릴 것이니
내가 당신을 바라보는 곳에서
당신은 나를 바라보지 못할 것이다
당신을 바라보는 내 눈에는 한 줌
모래가 끼얹어져 있을 테니까.

 


 

 

▲ 조세핀 시인   

시집을 읽다 까무룩 낮잠이 들었는데 시의 전문이 꿈속에서 생시처럼 보였다. 좋은 시를 갈망하는 사람에게 주는 깜짝 선물인 것 같았다. 그러나 때론 보이는데도 보지 못하고 사는 경우도 많다. 당신과 사랑할 때도 그랬다. 당신은 내가 바라보는 반대편 방향에 있을 때도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지 못한 때가 있었다. 사랑에 눈을 뜨자마자 사랑도 스마트폰에 적어 완성해야 한다. 그래야 당신이 달아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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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9/16 [16:04]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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