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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풍차
 
김자현 시인   기사입력  2020/09/17 [17:38]

내 푸른 유리병은 지금 비어있어요 그들이 다 마셔
버렸으므로 술이었는지 몇 백 미터 지하 암반수였는지
그건 나도 모르죠 내 생애 아직 남았으므로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 푸른 유리병에는 아버지 고장 난 풍차와 가락지마저 뽑힌 어머니 흰 손가락이 들어있어요 어머니가 연지를 꼽게 바르고 머리를 핀으로 높이 올릴 때는 아버지가 밟는 페달에 가속도가 붙을 때죠 돌아가 서다가 하는 아버지의 풍차 말이에요

 

존에프 케네디 암살 소식을 말하던 아버지의 두개골에서 총성이 들리던 어느 날 그때쯤, 어제 이태리에서 직수입한 마카로니 기계가 공장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하루 사이에 해골처럼 창백하신 아버지 돌아와 읊조리셨죠 그 후로 아버지 풍차는 내 푸른 유리병 속으로 거처를 옮겼어요 동풍이든 서풍이든 바람이 불면 나는 푸른 유리병을 기울이고 흔들어대요 석고가 되어가던 어머니 흰 손가락 아버지 대신 바람개비를 건반처럼 눌러요 이생에 놓고 간 안타까운 박자에 유리병이 노래를 해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아버지의 풍차 말이에요

 


 

 

▲ 김자현 시인    

비상하려는 나의 작업은 늘 지금이 시작이다. 神은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시고 인간에게 언어영역을 부여하셨다. 모든 공간과 시간 속에서 급속히 태어나고 죽는 개개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에 그것에 가장 합당한 이름을 명명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며 신에의 부름이다.

 

나의 시 작업은 신에의 부름에 照應 조응하면서 우주적 인간 본질에 천착해 보는 것이다. 그러나 나의 시가 아직 저급한 것은 그와 나의 직통라인이 개설되지 않아서라고 말하는 것은 비겁한 변명이다. 게으른 종은 신이 부여한 언어의 창출을 위해 나태하며 허물벗기의 고통을 곧잘 유보한다.

 

몇 번의 잠과 몇 번의 허물벗기가 끝나면 은빛 고치 속에서 공기의 壓 압을 제어할 푸른 날개가 돋을까? 그간의 모든 유보를 거두고 내어놓는 이번의 것들 (화살과 달)이 추한 것은 이것이 최초로 벗는 나의 허물이어서 이기를 바란다. 창공으로 푸른 날개를 펼치고 이제 직통의 신의 음성을 듣는 날을 기대하면서 하늘 더욱 가까이 上昇 상승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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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9/17 [17:38]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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