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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숭배
 
김재범 도예가 자운 세라믹아카데미 대표   기사입력  2020/09/24 [16:51]
▲ 김재범 도예가 자운 세라믹아카데미 대표    

옛사람들은 왜 동물 형상을 두고 숭배하게 되었을까? 2012년의 일이다. `다섯 발톱 용문 청화백자(60.5㎝×43㎝)` 한 점이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36억원(321만 8500달러) 가량에 낙찰되면서 화제가 되었다. 200달러 정도로 예상됐던 경매가를 훌쩍 뛰어 넘었기 때문인데, 이미 1996년에 `철화 백자 운용문 항아리`가 841만7500달러로 약 2.6배 높게 낙찰된바 있다.

 

청화백자는 명나라 청화백자기술의 영향을 받았으며 조선시대 초기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며 코발트 안료 수급에 차질이 생기며 맥이 잠시 끊기게 된다. 이시기에 등장한 것이 산화철을 안료로 사용한 철화백자이다.

 

18세기 이후 다시 평온은 찾아오고 청화백자 작업은 다시 활발해져 조선 말기까지 이어진다. 이시기 제작된 도자기에 새겨진 문양들 중 흔하게 찾아 볼 수 있는 것이 상상의 동물인 용(龍) 문양이라 할 수 있다. 용이라고 다 같은 용은 아니다.

 

발톱이 다섯 달린 용은 황제, 왕이나 제후들은 발톱이 넷인 망용(蟒龍)으로 지위를 구별하였으며, 봉건사회에선 하늘의 권위와 황제의 덕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표현되었다. 용의 형상은 아홉 가지 조건을 갖춘 각 동물들의 특징적인 부분으로 구성돼있다. 머리는 낙타, 뿔은 사슴, 눈은 토끼, 귀는 소, 긴 목은 뱀, 배는 큰 조개, 비늘은 잉어, 발톱은 매, 주먹은 호랑이의 것이다.


몸에는 81개의 비늘과 입 주위 가늘고 긴 수염에 턱밑 명주(明珠)를 달고 목 아래 거꾸로 박힌 비늘과 머리 위에는 공작꼬리무늬같이 생긴 박산(博山)이 있는 모습이라 했다. 이는 중국 문헌인 `광아(廣雅)`에서 전해지는 이야기이다.

 

여러 동물의 강점만을 따서일까, 조화능력이 탁월하다는 용은 신성한 동물 사령 중 으뜸이다. 땅의 세계에서는 홍수나 가뭄을 주재하고 바다세계에서는 항해와 조업을 주관한다. 또한 사악한 것을 물리치고 복을 들여 인간의 소원성취를 준다고 믿었다. 전설에는 하늘을 나는 새 중의 새는 봉황인데 실제로 하늘을 지배하는 것은 용이므로, 용은 하늘의 왕으로 왕은 곧 용과 같은 능력을 지닌다.

 

용안(龍顔), 용포(龍袍) 같은 옛말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민간에서 용문양은 풍요와 안전을 지켜주며 권위와 성공을 이루게 한다고 믿었다. 용은 고대 이집트나 바빌로니아, 인도와 중국 이른바 문명의 발상지 어디서나 상상되어온 동물로서 동서양의 신화와 전설에 중요한 제재로 등장하니 일찍이 모르는 이가 없다.

 

장식품을 비롯한 생활용품 등에 오래전부터 새겨진 이유일 것이다. 문양은 의식의 세계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창조적 미화를 통한 정신 활동의 소산물이기 때문이다. 창작물로서 문양은 조형미술의 일반 원리가 내재되 있으나 순수 미술과는 다른 특징을 지닌다. 예컨대 순수 미술이 작가의 주관적 사상이나 정서를 표현하는 자위적 고유의 예술영역인 반면, 생활미술로서의 문양은 집단적인 가치나 감정의 상징성을 담아 일반적으로 표현되고 있는 편이다.


도자기 작품 문양 표현의 두드러진 특징을 살펴보면 연속되는 그림으로 상투적 양식을 보이고 있다는 판단에서 그동안은 순수미술계로부터 호평보다는 혹평의 빌미가 되곤 하였다. 틀에 박힌 듯 도상을 새겨 넣는다는 점에서 순수 감상용 그림과 다르다고 보았던 터이다.

 

그러나 순수미술 같은 예술적 욕심을 덜어내고 소박한 감정을 담아 일상적 욕구를 반영하고자 했다. 예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통속적 집단 가치 감정이 상징화 되어 있는 틀 속의 도상을 존중하여 그리는데 만족했다는 점이다. 옛사람들은 시상을 떠올리며 기억된 사물의 이미지를 표현해 냄으로서 실제 사물이 눈앞에 없음에도 마치 자신의 눈앞에 있는 듯 그리는 표상방법을 활용하였다.

 

문양은 획일적이었을지언정 표상(表象)에 있어서는 현대미술의 철학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옛사람들 또한 세상을 크게 보고 그 의미를 담아내려 했다는 점에서 진정한 예술인이다. 문양은 그것을 향유하는 집단 사이에서 서로 약속된 부호의 성격을 지닌다.

 

예컨대 용이나 봉황, 십장생 문양이 담고자 했던 것이나, 잉어문양이 등용문 설화와 연결되어 입신출세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을 잇고 있다. 사물이 눈앞에 존재하지 않음에도 사람들은 그 문양만 보고서도 정서적 반응을 보이게 된다. 옛 문물을 숭상하여 그것을 표준과 모범으로 삼으려는 상고주의 정신은 우리의 공예문화를 중심으로 짙게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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