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산책길에 저절로 발길 머무는 공중화장실이 있다 쉬~ 만큼이나 짧은 詩들이 내 키 높이에 맞춰 걸려 있다
12행을 절대 넘지 않는 詩 4연이나 5연으로 친절히 나뉘어져 오줌발처럼 뚝뚝 끊어 읽어도 좋을
대략 30초면 족히 두 번은 읽혀지는 詩 눈으로 쓰윽 훑기만 해도 아랫도리까지 시원하게 탈탈 털리는
쉬~ 하면서 詩 한 편 공짜로 얻어가는 딱히 급한 볼일 없어도 그곳에 가면
자꾸 詩가 마렵다
자주 다니는 산책로에 공중화장실이 있습니다. 그곳을 지나칠 때면 습관처럼 화장실을 들어 갑니다. 누가 걸어 두었는지 모를 작은 액자 속 시화가 키 높이에 걸려 있습니다. 부지런하게도 두어 달에 한번쯤 새로운 시로 바뀌어 걸려 있습니다. 그 짧은 시간에 어쩔 수 없이 무심으로 읽혀지는 시 한 편.
그리고 어느 착한 손길인지 모를 그 사람이 궁금해집니다. 액자를 바꿔 걸은 후 한발 물러 나 환하게 미소 지을 그 사람의 내면의 깊은 사유가 가슴으로 느껴집니다. 화장실이 어디 오줌만 마려울 수 있나요. 시를 마렵게 하는 1분 남짓 짧은 시간이 긴 하루 중 가장 빛나는 요긴한 시간인지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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