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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말, 사나워지면 민주주의는 위험(1)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   기사입력  2020/09/24 [16:54]
▲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  

민주주의를 이끄는 `의회`는 정견을 달리하는 시민 집단들이 안전하고 평화롭게 숙의하는 장소를 뜻한다. 프랑스나 미국의 의회를 뜻하는 `어셈블리(Assembly)`와 `콩그레스(Congress)`는 함께 모이는 곳을 뜻하고 영국에서 의회를 가리키는 단어 `팔리먼트(Parliament)`는 `말하는 곳`이라는 어원을 갖고 있다.

 

집권당과 반대당으로 나뉘어 심의와 토론, 조정과 합의를 통해 적법한 결정을 이끄는 의회에서 말과 언어는 중요하다. 민주주의는 강제가 아니라 설득의 힘으로 운영되고 설득은 말의 힘을 통해 작동하는 인간 활동을 가리킨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에서 말, 즉 언어의 중요성을 사실상 최초로 이론화한 철학자다.

 

그는 자신의 책 `정치학`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언어 능력을 가진 유일한 동물이다. 지성과 덕성을 위해 쓰도록 언어라는 무기를 갖고 태어났지만, 이런 무기들은 너무나 쉽게 정반대의 목적을 위해서도 쓰일 수 있다. 그래서 덕성을 갖추지 못하면 인간은 가장 불경하고 가장 야만적인 존재가 된다." `수사학`(Rhetorike)이라는 책을 통해서도 아리스토텔레스는 `공적인 언어`(rhe)를 `말하는 사람`(tor)이 `발휘해야 할 실력과 솜씨`(ike)가 왜 중요한지를 자세히 논한 바 있다.

 

그의 스승인 플라톤은 수사학적 설득이란 참된 진리를 알게 하는 게 아니라 `원하는 것을 믿게 만드는 일`이자 `쾌락에 봉사하는 일`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이런 스승의 생각을 비판하며 아리스토텔레스는 설득과 수사학이야말로 정치에서 가장 윤리적인 실천이라고 주장했다. 플라톤의 관점에서 보면 좋은 정치란 최선의 지식을 가진 자가 통치하는 것을 뜻한다.

 

그가 이상적으로 생각한 지식의 왕국은 한마디로 말해 `식자층의 지배체제`(epistocracy)가 아닐 수 없다. 소수의 철학자 내지 전문 지식인 엘리트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인 플라톤에 비해 민주주의에 대해 훨씬 더 긍정적으로 생각했고 다수의 지혜 또한 가치가 있다고 여겼다.

 

훌륭한 정치가라면 다수의 시민을 말로 설득하고 실천으로 이끌 수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처럼 공적 언어를 유익하게 사용하는 수사학이야말로 정치학의 핵심이라 여겼고, 이를 철학 못지않게 중시한 전통은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시작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 언어의 수사학적 요소를 로고스(logos), 파토스(pathos), 에토스(ethos)로 구분했다. 로고스란 말의 내용(contents)에 대한 책임감을 가리킨다. 무책임한 말이 정치적으로 얼마나 유해한가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이 없겠는데, 지금 우리 국회가 이런 비판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파토스는 듣는 이(hearers)에 대한 존중을 가리키며 그 핵심은 상대와 공유할 수 있는 삶의 경험(life experience)을 나누는 데 있다. 국회의원들의 말과 행태가 상대 당 의원이나 정견을 달리하는 시민들과 과연 얼마나 공감될 수 있는지를 돌아보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에토스는 공적 윤리에 대한 헌신성을 가리킨다.

 

에토스는 윤리ㆍ윤리학을 뜻하는 ethics의 정치적 얼굴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런 에토스는 `말하는 사람`(speaker)이 가진 인격(character)을 통해 구현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 언어의 세 요소 가운데 이 에토스를 가장 중시했는데, 그로부터 신뢰(trust)와 권위(authority)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우리 국회를 이끄는 정치인들의 말은 동료 시민들로부터 신뢰와 권위를 인정받을 만한 인격성을 갖추고 있는가? 열에 아홉은 그렇지 못하다고 본다. 그래서 간혹 경청할 만한 연설이나 말을 한 국회의원들이 더욱더 주목받는다. 그렇지 않은 의원들의 말은 그의 인격성을 의심하게 하거나, 감성적 공감은커녕 서로가 인지하고 있는 사실에 대한 판단마저도 엇갈리게 만드는데, 그 때문에 민주주의가 필요로 하는 의회 공론장은 그 빛을 잃어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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