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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공짜는 없다
 
성진숙 신천초 교사   기사입력  2020/09/28 [17:59]
▲ 성진숙 신천초 교사    

백성을 아끼고 사랑하던 임금이 있었다. 왕은 백성들에게 가난에서 벗어나고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지식을 전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왕은 학자들에게 `백성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성공의 비법을 알려 주는 책을 만들라`는 명을 내렸다. 기일이 되자 학자들은 성공 비결을 기록한 책을 수레 가득 싣고 왔다.

 

하지만 백성들은 밥 먹고 살기도 힘든데 독서를 할 시간을 내기는 더 힘들었고, 수레 하나 분량의 책은 백성들이 읽기에 너무 많았다. 그래서 2번에 걸쳐 12권, 1권으로 줄였지만 그것마저 백성들에게는 무리였다. 왕은 고심 끝에 다시 `그 모든 내용을 총망라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문장을 만들어 오라`고 명령을 내렸다.

 

학자들이 고심한 세상의 모든 성공 비법을 요약한 단 한 줄은 `세상에 공짜는 없다` 였다. 이야기를 읽어내려가며 수많은 명언과 격언 중 학자들이 선택한 한 문장이 너무나 궁금했다. 막상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말을 처음 접했을 때, 너무나 많이 듣던 말이라 싱겁기도 하고 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길지 않은 삶의 굴곡점을 지나면서 문득문득 생각나는 말이었고, 또렷해지는 말이었다. 공짜로, 노력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믿고 있던 나에게 노력의 가치를 느끼게 해 준 분이 있다.

 

지금의 나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시는 분이기도 하다. 5년 전 함께 동학년을 했던 분이시기도 하다. 당시 그분은 학년의 부장교사였는데, 소탈하고 학생들의 입장에서 생각하시는 모습이 인상 깊은 전형적인 선배교사였다. 그 해 연구교사인 수석교사에 지원하셨고 다음 해 수석교사에 임명되셨다.


그 후 그분은 수석교사의 역량을 쌓는데 바빴고, 나도 장기간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그분을 다시 만난 것은 4년쯤 지난 해였다. 복직을 한 해 앞두고 그분이 운영하는 독서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다시 만난 그분은 사람 좋은 선배교사가 아니라 정말 `전문가`가 되어있었다.

 

함께 독서모임을 하면서 그분의 방대한 배경지식과 사고의 깊이에 놀라고, 수업과 관련된 고민 나누면서 차원이 다른 수업 아이디어에 감탄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만남의 횟수가 늘면서 그분의 차원이 다른 노력을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 수업 준비를 위해 며칠밤을 새고 엄청난 양의 연수와 독서를 하셨다.

 

배움에 대한 끊임 없는 열정과 열린 태도는 책에서만 보던 `성장형 사고방식` 그 자체였다. 그러한 삶의 태도가 모여 전문가인 그분이 만들어졌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분을 통해 세상에 지름길은 없다는 작지만 큰 삶의 이정표를 얻었다. 지금의 나는 시간과 노력을 아껴주는 효율성을 뒤로하고 교사가 힘들어야 아이들이 자란다는 말을 모토로 학급을 운영한다.

 

모든 일에 있어서, 특히 교직에 있어서 지름길 같은 것은 없다. 교과지도든 학급운영이든 교사가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아이들은 진심을 내어주고 교사에게 중요한 타인의 자리를 내어준다.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 그때서야 비로소 학급을 운영할 준비가 되는 것이다.

 

노력을 기반으로 한 성실한 삶의 태도는 마치 고전과 같다. 시대도, 국적도, 장르도 다르지만 그 모든 것을 초월해 어느 시대, 어느 나라 사람이 읽어도 공감과 감동을 불러 일으키는 불변의 가치와 같다.


교육 현장에도 유행처럼 학생에게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교수학습의 형태가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한다. 하브루타수업, 코딩수업, 프로젝트수업, 거꾸로수업 등 셀 수없이 많지만, 이 교수학습방법 이면에 고전처럼 `성실한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아무리 수업방법이 좋은들,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가 성실히 수업을 준비하고,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성실히 수업에 임하지 않으면 빛이 바래기 때문이다. 차원이 다른 실력은 없다. 차원이 다른 노력의 결과가 있을 뿐이다.

 

박웅현은 그의 저서 [여덟 단어]를 통해 인생을 `점들의 모임`이라고 하였다. 인생은 내가 지금 무언가를 하였다고 해서 관련된 결과가 반드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매순간, 매일을 열심히 살다 보면 인생에 어떤 점들이 뿌려지고, 의미 없어 보이던 그 점들이 어느 순간 열결되어 자신만의 `별`이 된다는 것이다.

 

나 또한 아이들에게 `삶`이란 먼 미래의 어느 순간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인생은 직선이 아니라 점이 모인 빈 도화지이며 내가 두 발을 땅에 딛고 살아 숨쉬는 지금 이 순간 내 삶이 빛나고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각자의 점과 각자의 별이 있듯 아이들 고유의 방식으로 매일을 성실히 살아가고, 노력에 따르는 시련과 어려움을 힘들다 느끼기보다 내가 성장하는 순간이라 기쁘게 받아들이는 그런 열린 아이들이 되면 좋겠다. 내가 그렇게 믿듯 나를 거쳐간 아이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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