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부재를 알리는 사람 몇 있었으면 좋겠다 자리를 비운 사이 다녀간 고지서와 전화벨 소리 굶어 죽은 아버지의 부재를 지키는 옥탑방 어린아이처럼 네가 없는 네 몸 곁 너를 울고 가는 밤 고양이처럼 내게도 나의 부재를 묻는 그런 사람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살던 옛집 앞 능소화가 내 무덤 위에서 자라는 꿈을 꾼다 너의 부재를 알리는 부음이 너의 부재를 노크하는 빗소리가 내가 없는 나의 창가에도 가 닿았으면 좋겠다
주변의 투박한 고백을 듣고 있으면 시의 ‘잣대’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된다. 시는 무엇인가. 예술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다시 반복할 수밖에 없다. 읽고 읽기를 반복하다 보면 ‘잣대’는 어느새 무너지고 그 텅 빈 공간에는 진솔한 이야기만이 남는다.
이 장소에서 우리는 지금, 이곳의 삶을 다시 생각하게 되고 ‘나’와는 다른 ‘타자’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복제할 수 없는 하나의 굵직한 경험이다. 내 살붙이의 살갗에 묻은 여러 감정을 다양한 결로 표현했다. 회사를 그만 둔 그 시기에 어머니도 편히 다녀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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