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물거리는 고향 생각에 희미해진 엄마의 냄새로 흔적을 더듬고 아버지의 그늘을 찾아보려고 눈도 감았네
가난해져 가는 기억들을 달래 보지만 묻히는 빠른 세월 앞에 닳아 버리고 옹색한 그리움 한 조각 저며 오다가 가늘어진 소리만 머릿속에 남았네 엄-마, 아버지
봄을 닮은 엄마의 얼굴이 벚꽃으로 피어나고 오색의 단풍으로 묻어나는 아버지의 가을 품
털어 내려면 그린나래 달고 더 가까이 오는 고향의 그림자들
미국으로 이민 온 지 35년이 되었다. 부모님은 세상 떠나셨고 형제들만 한국에 살고 있다. 봄이 되어 벚꽃이 필 때면 어김없이 엄마가 생각난다. 엄마가 유난히 좋아하신 꽃이었다. 부모님은 벚꽃을 보기 위해 김밥을 싸서 해마다 봄이 오면 4 남매를 데리고 창경원으로 가족 나들이를 갔다. 또 10월 1일에는 아버지가 4 남매를 데리고 국군의 날 행사에 갔다.
그리고 그 주위의 산에서 단풍구경을 하고 시민회관 뒷골목에서 잡탕밥을 사주셨다. 일 년에 한 번 먹는 잡탕밥이 그리워서 10월 1일에 동그라미 쳐 놓고 기다리던 기억들… 어버이날만 되면 부모님 생각이 나서 훌쩍거렸는데 내가 환갑이 넘고부터는 눈물도 나지 않는다. 엄마 아버지 생각도 벚꽃이 지고 단풍이 질 때까지 했었는데 요즘은 2-3분이면 잊어버린다. 그래서 점점 잊혀 가는 기억들을 아쉬워하면서 쓴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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