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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과 씨를 먹고 있는 소와 새
기사입력  2020/10/21 [16:44]   윤희경 시인

 어기적거리는 큰 누렁이들과

 

주먹만 한 흰 새들이
호수 같은 풀밭에 철조망도 없이
띄엄띄엄 서서

 

조식 중이었다
소낙비는 저쪽에서 시커멓게 달려오는 중인데
비를 피해 두 칸 우사로 들어가겠지
넬슨 베이 로드에서 본
흠뻑 젖을 나라와 그 시민이

 

오는 내내 나란히 걱정되었다

 


 

▲ 윤희경시인    

삼일을 함께 보냈다. 얼굴생김새처럼 생각도 말본새도 음식솜씨도 씀씀이도 다 달랐다. 여섯 명이서 휴가를 함께 보내고 낸 결론은 공동체는 위험하고 깨지기 쉬운 결격사유를 너무나 많이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늘 그것을 반복하고 지향한다.

 

왜 그럴까, 개인은 약하고 전체는 강하다고 믿는 것일까 아니면 가슴 밑바닥에 고인 진솔한 인간애일까. 상대의 이타성에 기대를 갖기 전에 단정한 이기적 인간이 먼저 되어야 한다 생각한다. 자기 수신과 절제에 능숙해야 하는데 과연 우리는 자신의 허물을 얼마만큼 벗고 극기할 수 있을까 도덕적 이기주의가 가능할까.

 

복잡 미묘한 얼개를 일단 삼일로 정리를 했다. 경비를 나누고 남은 음식도 나누고 조금 덜 쓴 사람이 마지막 식사비도 냈다. 열 번 쯤 같이 지내보고 열 번의 경험이 쌓이고 나서도 함께 공동체를 이루며 살자는 행복한 비명이 나온다면 늙어서 꽤나 유쾌한 그룹이 될 것이다.

 

유행가 가사처럼 `늙어가는 게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면 더할 나위가 없지 않는가. 이런 저런 생각에 골똘하며 돌아오던 중, 정겨운 식사 장면 하나를 목도했다. 거인과 돌멩이의 조합이다. 초록 풀 융단 위에 누런 황소 너댓 마리와 가까이에 주먹만 한 하얀 새 대여섯 마리가 한 집안처럼 조식 중이었다. 서두름도 비축도 없다.

 

한껏 여유자적 해 보이는데... 아뿔샤! 멀리 보니 시커먼 구름이 달려오는 중 아닌가. 이미 앞 유리에 한두 방울씩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데 언뜻 보니 두어 칸짜리 우사가 있었다. 차는 그 자리를 스쳐오고 빗속을 달리는데 태평한 소의 눈망울과 오들오들 떨고 있을 새의 발목을 내내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우리 중에도 소와 같은 이, 새와 같은 이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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