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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의 바램
기사입력  2020/10/21 [17:39]   서금자 문수필담 회장

 

▲ 서금자 문수필담 회장    

나는 더위를 식히려 선암호수원길을 자주 걷는다. 호수의 여울이, 숲이 주는 공기가, 여름 한 낮의 더위를 식혀 주어서다. 호수 위 나무다리를 건널 때쯤에는 땀도 어지간히 식혀져 걸음도 가벼워진다. 그 날 나무다리를 건널 때 맞은편에서 젊은 새댁이 유모차를 밀면서 오고 있었다.

 

유모차 안을 들여다보는 표정이 참 행복해 보인다. 그늘막을 친 우아한 유모차, 나는 그 안이 많이 궁금하다. 간난쟁이? 남자? 여자? 기분좋은 상상을 하며 유모차 안을 들여다보았다. 아뿔싸, 내가 들여다 본 유모차 안에는 강아지 한 마리가 말똥말똥 쳐다보고 있다.

 

그냥 지나치지 않은 게 후회가 된다. 더위도 어지간히 물러난 며칠 전 또 호수공원길을 걸을 때다. 삼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부부가 강아지를 각각 한 마리씩 안고 간다. 마치 아기인양 더위도 아랑 곳 하지 않고 품에 꼭 안고 가면서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들을 앞질러 가면서 슬쩍  표정을 살펴보니 마냥 행복해 보인다. 나는 씁쓸한 마음으로 대답 없는 질문을 해 본다. 저들은 아기 기르는 일이 두려워서? 귀찮아서? 아기를 낳을 수가 없어서? 어떤 이유에서라도 안타까운 일이다.

 

내 아이를 기르다 보면 똥 오줌도 향기로 느껴지는데, 강아지를 키우는 일은 순간의 즐거움이라면 아이를 양육하는 일은 두고두고 꺼내 볼 기쁨인데, 젊은 그들, 세상사는 재미 한 켠을 놓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 날 그들에게 한 마디 해 주지 못한 나는 호수공원길을 다 돌 때까지 내내 입이 근질거렸다. 내 젊은 날을 떠 올려 본다.

 

1970년대 먹을 것, 입을 것이 귀한 그 시절 사람이 너무 많아 나라에서는 산아제한(産兒制限)을 했었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로 시작된 구호에도 인구가 자꾸 늘어나자 `하나 아들 잘 키우면 열 아들 안 부럽다`로 구호가 슬쩍 변해 가기도 했다. 그때 나는 아이 둘이 있었다. 그것도 딸, 아들 당연히 단산斷産을 해야 했었고 주위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 때가 학교에 근무할 때다.

 

1월말 어느 일요일 내 또래 여선생님과 일직을 할 때다. 우리는 집에서 사 간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를 가만히 보던 그 선생님은 내 배에 살이 많이 찐 것 같다고 배 들어가는 운동을 가르쳐 주었다.

 

다음 달 2월이면 출산 예정인데, 나는 입을 꾹 다물고 그가 시키는 운동을 집에 가서 하겠다고만 했다. 나는 그렇게 모두에게 임신한 것을 숨겼다. 나중에 알게 되더라도 딸과 아들이 있는데 임신했다고 하면 미개인 취급을 받을 것만 같아서였다. 그로부터 한 달 후에 셋째를 낳았다.

 

그리고 출산휴가 한 달 후 출근을 했다. 일직을 같이 했던 선생님이 다가 와서는 그렇게 말을 안 하고 시침을 뗄 수 있느냐고, 그 날 운동을 강요한 게 주책을 뜬 것 같아 미안하다고, 그 날 나는 셋째를 낳았다는 게 그 선생님에게도 교장선생님께도 참 부끄럽고 미안했다.


또 한 가지 잊혀지지 않은 일은 택시를 타는 일이다. 가족들이 함께 택시를 타기 위해서 길가에 서 있으면 택시는 못 본체 그냥 지나치기가 일쑤였다. 그럴 때는 하는 수 없이  나는 일행이 아닌 척 셋째를 안고 멀찌감치 서 있다가 택시를 잡으면 뛰어 가서 함께 타야 했다. 불과 사십년 전의 일이다. 반세기도 되지 않았는데 세상은 참 많이 변했다.

 

그런 날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세계와 어깨를 겨루며 먹을 것 입을 것 별 걱정 없이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요즈음은 아이를 낳으라고, 낳아 달라고 나라에서 온갖 혜택을 준다. 그래도 임신한 사람들을 보기가 참 어렵다. 길을 가다 배가 부른 새댁을 보면 고맙고 대견해서 어깨라도 주물러 주고 싶은 심정이다. 돌아보면 살아오면서 후회되는 일도 많지만 아이 셋을 둔건 참 잘한 것 같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말해 주고 싶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일은 인간의 도리이고 자연의 섭리라고, 결혼도 어렵고 아이 낳아 기르는 일은 더 어렵지만 힘든 만큼 기쁨도 크다고, 애완동물을 기르는 것은 개인의 취향이어서 말릴 수도 말릴 생각도 없지만 그 애완동물을 기르는 게 내 아이를 양육하는 대신이라면 적극 말리고 싶다고. 우리나라는 금년부터 본격적으로 인구 감소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출산율이 0.84% 사상 최저 인구절벽이 눈앞에 다가 오고 있단다. 이제 사촌도 이모 고모 삼촌이라고 부를 사람도 없어진다. 이런 추세로 계산해 보면 2200년에는 우리나라 인구는 지구상에서 없어진다는 통계란다. 경악할 일이다. 초등학교가 문을 닫는 걸 우리는 어렵지 않게 보고 있다.

 

골목에서 뛰어 노는 어린이들을 보기가 참 힘들다. 나라에서는 젊은이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을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가를 정확히 읽고 그런 대안을 제시 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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