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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아이
 
정선희 시인   기사입력  2020/10/22 [16:17]

 그녀는 장난을 좋아했다
몰래 옷 속에 얼음을 집어넣기도 하고
벽 뒤에 숨어 강아지나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기도 했다

 

동화책을 유난히 좋아하는 그녀
아이 머리맡에서 언제나 동화책을 읽어주었고
아이들이 잠든 뒤에도 멈추지 않고 동화책을 읽었다
그녀 속에 사는 아이가 보챈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
 
아이들과 동요를 부르며 아이스크림을 먹고 그네를 탔다
그녀 속에 있는 아이도 함께
아직 자라지 않은 아이가 많았다

 

늘 어둠을 인 채 돌아오시는 어머니 대신 두 동생을 돌보던 그녀는
빨리 어른이 되어야 했다

 

이제 아이가 아닌 그녀의 아이들은 곁에 없다
그녀 속의 돌보지 못한 아이들을 떠나보낼 차례다

 

너무 빨리 커버린 아이

 


▲ 정선희 시인    

부모가 해야 할 몫을 대신하는 아이들은 "너무 빨리" 철이 든다. 경험상 우리들은 일찍 커버린 아이들일수록 상처로 쌓아올린 내면의 감옥에 갇힌 채 나이가 들어도 그 속사람은 끝끝내 `울음을 참는 아이`로 남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너무 빨리 커버"려 역설적이게도 성장이 멈춰버린 `내 안의 아이`가 보채는 걸 달래기 위해 화자는 현실에서 아이들과 벽장 속에 숨는 장난을 치고, 동화책을 읽고, 동요를 부르고,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그네를 탄다.

 

자식에게 사랑과 위안을 베푸는 부모가 실은 누구보다 그런 사랑과 위안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며, 아름답고 행복한 현실이 화자 삶의 근원적 결여를 명시적으로 반영하는 순간임은 시가 보여주는 날카로운 삶의 한 단면이다. 화자 역시 삶이라는 건축물에 나 있는 이러한 균열이 "그녀 속의 돌보지 못한 아이들"로 치환됨을 모르는 바 아니다. 상처받은 자아를 자기 고백의 양식으로 삼음으로써 삶의 회복을 진정성 있게 노래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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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0/22 [16:17]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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