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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52회 >달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20/10/25 [18:24]

 어머니가 평전 논배미에서 하루 종일
쎄빠지게 일하고
품삯대신 받아 이고 온 달은
초승달이었다

 

내가 그 여자네 집 앞에서
밤새도록
쪼그리고 앉아
병나발을 불면서 하늘에 걸어 둔 달은
그믐달이었다

 

달 달 무슨 달 쟁반 같이 둥근 달

 

내 가슴엔
언제
보름달 하나 뜨지

 


 

▲   정성수 시인    

달은 초하루에서 그믐이 될 때까지 우리 곁에 있다. 그믐에는 달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달이 가려져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믐이 지난 뒤나 초하루가 시작될 때 뜬 초승달은 별로 반기지 않는다. 눈에 잘 띄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시각쯤이면 하루 일과가 끝나지 않음에도 기인한다. 초승달의 속성은 그 빛을 잘 드러내지 않으려는데 묘미가 더 하다. 보름달을 보면 벅찬 감동을 일으킨다.

 

특히 한가위의 보름달은 예부터 많은 사연을 안고 희망과 꿈을 심어주는 우리에게 수호신 같은 존재다. 추석 전야 열 나흗날 밤 동산에 뜬 쟁반 같은 보름달이 떠오르면 사람들은 두 손을 모으고 저마다 소원을 빌었다. 농부는 풍년을 빌었을 것이고, 처녀총각은 짝을 만나기를 빌었을 것이고, 어머니는 가족들의 무병 건강을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같은 세태에 보름달을 바라보기보다는 TV 화면에서 보름달을 잠시 보고 채널을 획 돌리기도 한다. 아직도 한가위 보름달은 우리들 마음의 고향이고 영원한 생명의 요람이자 황금물결이 치는 그리움의 들녘이다. 보름달이야말로 여성스럽기 그지없다.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들은 보름달 앞에서 자신을 비쳐보고 경건해져야 한다. 사슴처럼 순진한 눈동자가 보름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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