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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김봉용 시인   기사입력  2020/10/29 [17:02]

 청송군 부남면 화정리 1032번지
거동마저 불편한 노부부
밤에도 일 나가신다

 

지게에 기대어
잎담배 한 개비 말아 피우시는 아버지,
육자배기 한 자락 흘러나오고
어머니 숨죽인 채 땅강아지처럼
밭고랑만 기어다닌다
들판의 호박돌처럼
수십 년 비탈밭에 허리 숙여 보았지만
비탈은 놓아 주지 않았는지

 

밤이슬을 짊어지고 돌아오는
고샅길
은하수와 함께 보름달이
하얀 쌀밥 뿌려 놓고
처연히 가죽나무에 걸터앉는 거기 
 


 

▲ 김봉용 시인    

토속적이고 향토적인 정취情趣가 물씬 풍기는 이 시에서 고향의 지번까지 적시하면서 노부모의 고단한 삶의 면면들을 진한 연민의 시선으로 떠올린다. 산골의 비탈밭에서 노부모가 낮에는 물론 밤까지 일하는 모습을 `붙박인 호박돌`처럼 수십 년 동안 비탈이 놓아 주지 않는다고 묘사한다. 이 같은 시각은 오로지 고향을 지키며 평생을 살아온 부모의 생애에 대한 받들기와 연민의 극대화極大化에 다름 아니다.


특히 이 시가 묘사하는 바, 밤의 달빛 아래 메밀꽃들이 피어 있는 광경을 은하수와 보름달이 하얀 쌀밥을 뿌려 놓은 것으로 바라보는 대목은 가난하지만 한결같이 자연(우주)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존중하고 신성시神聖視하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게 한다. 그러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의 어머니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절절한 회한悔恨들로 미만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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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0/29 [17:02]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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