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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임일태 전 한국해양대 겸임교수   기사입력  2020/10/29 [17:08]
▲ 임일태 전 한국해양대 겸임교수    

다음 달부터 노후 경유차는 서울 도심 진입을 금지시킨다는 뉴스를 보았다. 내 차도 오래된 경유차다. 서울에 볼일이라도 생긴다면 벌금을 내고서라도 직접 운전해서 가봤으면 좋겠다. 십 년 전에는 서울 출장이 잦았다. 많은 때는 일주일에 삼일씩 몇 개월이나 계속해서 다닌 적도 있었다. 그랬던 것이 언제부턴가 "몇 년생 이상은 재임용에서 제외되었습니다."라는 서러운 말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그런 일이 있고부터 최근 삼년동안 운전하여 다닌 곳이라곤 텃밭과 집 사이가 전부였다. 직장에 다닐 적에는 퇴직 후 텃밭을 갖는 것이 로망이었다. 막상 로망을 이루고 나니 유배지라는 생각과 패배자의 피난처 같아서 서러웠다. 로망이 노망처럼 느껴졌다. 노후 경유차 조기폐차 지원금 신청 접수 중이라고 했다. 아직은 쓸 만한데 돈 몇 푼 받자고 패차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당장 새 차를 구입할 형편도 되지 않았다. 대책 없이 실행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직장에 다니고 있을 때 명예퇴직을 신청하면 일 년 치의 봉급을 덤으로 얹어준다고 퇴직을 신청을 독려하던 때가 생각났다. 돈이 탐이 나서 대책도 없이 퇴직을 했다면 크게 후회할 뻔 했던 일이 생각나서 대책도 없는 조기폐차는 절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어버이날, 손자가 손수 만든 꽃을 달아주었다. "할아버지 오래오래 사세요."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제 딴에 좋은 문구라고 썼을 테지만…. 손자도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나이가 많은 운전자가 교통사고율이 높다고, 면허증 반납하면 교통카드를 선물로 준다고 했다. 있는 면허증까지 자진 반납한 주제에 교통카드가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싶었다. 지하철을 공짜로 탄지가 오래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지공거사`라고 지하철 탈 때마다 눈치가 보였는데. 나는 울고 싶었다.  가족들이 함께 외출할 때였다. 손자들은 내차를 타고 싶어 했다.

 

딸은 아무래도 내차에 손자가 타는 것이 불안한 모양이었다. 할아버지 불편하다며 한사코 타지 못하게 했다. 그런 다음 손자를 태우고 먼저 떠나면서 안전 운전해서 목적지에서 만나자고 했다. 당연한 말 같지만 왠지 서운했다. 운전석의 문은 열쇠를 돌려도 열리지도 닫히지도 않았다. 조수석에 문에는 열쇠를 끼우면 열리고 닫혔다. 수리를 하려다 그만 두었다.

 

항상 내리고 탈 때마다 운전석과 조수석을 점검할 수 있어서 안전운행을 할 수 있겠다싶어 다행이지 싶었다. 또 아내와 같이 외출할 때는 조수석에 아내를 먼저 모시는 매너 좋은 남편으로 보일 것 같았다. 큰 맘 먹고 인플란트를 하기로 했다. 잇몸이 노화되어 곤란하다고 했다. 잇몸의 뼈도 나와 함께 산지가 오래되어 나의 호주머니 사정을 훤히 알고 있는 듯하였다. 역시 친구역 오랜 친구가 좋다더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정년퇴직하고 들린 직장 정문의 교통표지판에 `미등록 차량 17더 4807`이라는 표시가 떴다.

 

경비원은 아래위를 훑어보고는 차 안을 기웃거렸다 "낚시하러 가는 것은 아니죠, 이곳에서 낚시하면 안 됩니다" 어렵게 삐걱거리며 올라가는 차단기가 그날따라 슬퍼보였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등록차량 17더 4807" 차단기는 재빠르게 수직으로 올라가고 정복을 입은 경비원도 구십도 각도로 허리를 굽혔다. 젊은 시절 그때는 차도 새 차였다. 외부에서 높은 사람이 오면 항상 내차로 모셨다.

 

존경하는 선배님의 정년퇴임식에도 선배님을 자택에서 모시고와서 모시다 드리는 일을 했다. 유명 연예인도 모시던 때도 있었다. 실세라고, 새 차라고, VIP로 대접받던 시절은 아주 오래된 추억 속에 서나 존재할 뿐이었다. 이런 저런 생각에 속이 부글거린다. 자연현상이라고,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고, 마음을 평정해 보려고 애를 써보지만 쉽지가 않다. 오늘도 나의 차는 시커먼 매연을 내뿜으면서 석양의 긴 오르막길을 툴툴거리며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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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0/29 [17:08]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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