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꽃이라 쓰자 하루 지나 이틀 삼일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꽃이 피어나 몸 전체가 꽃밭이 되었구나
네 몸을 빌려 피어난 붉은 꽃 이 한 철, 내내 번져야만 진다는데 씻어낼 수가 없구나
꽃이 몸에 핀다는 건 독소가 몸을 뚫고 솟아오른다는 것 한바탕 울음을 쏟아내듯 몸에 길을 낸 붉은 꽃길 꽃은 그 길이 살길이라는 듯 그래야 살 수 있다는 듯
화사한 병색을 닦아주고 싶다 마구 흔들어 우수수 떨어뜨려 주고 싶다
손을 쓸 수 없을지 몰라요 피아노 치는 내게 했던 의사의 말 하늘이 무너질 것 같던 부러진 손목뼈가 붙으며 노래가 되었듯
아이야! 붉게 붉게 붉은 자국을 토해내는 이 꽃도 네 안에 품어서 피워 보내자
아이의 온몸에 갑자기 붉은 반점이 올라왔다 병원에 갔더니 병명이 장밋빛 비강진이란다 그 병명을 듣는 순간 ‘빛’이 ‘꽃’이라는 생각이 들어 쓰게 된 작품이다 3개월이 지나야 사라진다는 붉은 반점, 꽃이 몸에 핀다는 건, 몸이 밖으로 길을 내고 있다는 것. 길을 내서라도 몸을 살리기 위한 몸의 몸부림이다. ‘하늘이 무너질 것 같던 부러진 손목뼈가 붙으며 노래가 되었듯’ 아무리 안타까워도 시간을 견뎌야한다는 메시지를 딸에게 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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