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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찾는 `형용사적 사고법`
 
김보성 이야기가 있는 인문학(이인) 대표   기사입력  2020/11/19 [19:27]

 

▲ 김보성이야기가 있는 인문학(이인) 대표    

오랜만에 대학시절의 친구를 만났다. 삶이 그러하듯이 어느 순간 친구는 결혼을 하고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고, 한 회사의 중역이 되어있다. 오랜만의 만남은 언제나 반가움이 큰 만큼 금방 서먹해진다. 학생때는 그렇게나 서로가 별것도 아닌 일에 열불을 내고, 답이 없는 토론으로 밤을 지새기도 하거나, 실없는 행위에 목숨을 걸었던, 그렇게나 싱싱하던 친구의 얼굴은 이제 삶의 무거운 모습이 묻어있다.

 

"오랜만이라 반가운데 얼굴이 왜 이렇게 죽상이 다되었냐?"고 무심코 물은 질문에 돌아온 것은 알 수 없는 웃음과 긴 한숨이었다. 비어가는 술잔을 앞에 두고 한참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친구는 입을 열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퇴근길에 모든 것이 너무나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제야 나를 찾아보려했더니 그것이 무엇인지 도무지 모르겠단다. 그러다가 갑자기 두려움이 왈칵 몰려왔다는 것이다.


"이렇게 나의 생이 의미 없이 끝이나버리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는 한동안 밤잠이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친구의 대답에 나도 왈칵 두려움이 몰려왔다. `이것이다!` 싶어서 열심히 달려가 보았는데 문득 뒤돌아보니 `이것이 아니었나?`하는 순간이 온다. 인생이란 것이 `한 번`밖에 살아가지 못하기에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고 싶어지고, 그것이 무엇인지 찾고 싶어진다.

 

여러 명사들의 강의도 들어보고, 이곳 저곳을 기웃거려보는데도 딱히 내가 원한 나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해라" "자기다운 삶을 살아라" "열정적으로 나아가라"는 말들을 하지만 정작 그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겠다. 어쩌면 우리는 사고의 시작점부터 잘못되어있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초,중,고,대학의 교육과정을 16년에 거쳐 받았다.


요즘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부터 계산하면 더 많이 될 것이다. 대학원도 넣으면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그 긴 시간중에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을 사는 법"이라는 과목은 없었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서구의 교육과정은 우리에게도 도입되었고 이러한 교육의 결과는 산업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기르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으라는 것은 낮선 새로운 문을 연것이나 다름이 없다. 우리가 연 새로운 문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기를 바란다. 행복은 `명사`가 아니라 `형용사`라고 말한다. 우리는 언제나 답을 찾는 법을 배웠다. 정해진 답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항상 정해진 답은 명사로 실체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목표`라거나 `성공`이라는 것은 결코 `명사`가 될 수는 없다.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자.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어린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알수 있다.


"꿈이 뭐에요?" "경찰이에요. 나쁜 사람을 혼내주고, 착한 사람들을 지켜주고 싶어요!"라고 답한다. 우리도 그렇게 답했다. 나쁜 사람을 혼내주고, 착한 사람들을 지켜주는 일이 내 삶의 가장 가치로운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러한 일을 하는 것이 경찰이기 때문에 경찰이 되고 싶다고 말한 것이다. 그런 일이 경찰이 아니라 다른 무엇인가라면 다른 무엇인가로 바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경찰이 아니라, 착한 사람을 지켜주는 것을 하고 싶은 것이다. 모두가 좋아하는 "의사" "판사"와 같은 직업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아픈 사람을 고쳐주는 행위를 통해 행복함을 느끼는 의사, 정의로운 판결을 통해 행복함을 느끼는 판사이기에 우리는 어린 시절 그것이 꿈이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모든 목표앞에 붙는 형용사는 다 빼버리고 명사만을 찾으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행복함은 어떤 형용사에 있냐는 것이다.  


사소한 일상에서 한번 예를 들어보자. 우리는 흔히 "어떤 음식을 좋아하세요?"라고 묻는다. 여간 대답하기가 어렵지 않다. 왜냐하면 좋아하는 특정한 음식이 아니라 그러한 상황속에 좋아하는 음식이 있기 때문이다.

 

"호박전을 좋아합니다"라고 한 번에 답을 할 수가 없다. 시도 때도 없이 호박전을 좋아한다기 보다 "비오는 날, 저녁에 먹는 부침개"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내가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은 퇴근길 신호에 걸렸을 때 영웅본색의 주제가인 `당년정`을 들으며 따라 부르는 것이다. 지금부터 하얀 종이를 꺼내어보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적어보자. 모든 상황속에 온갖 형용사가 다 들어간 구체적인 것들을 적어 나가보자. 그렇게 나를 찾아가다 보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들을 알게 될 것이다. 퇴근길에 `당년정`을 듣는것처럼. 비오는날 저녁에 부침개를 먹는 것처럼. 우리가 느끼는 행복감의 상황들을 발견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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