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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6회>박꽃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20/11/22 [16:35]

박꽃이 피어있는 동안만이라도 별을 사랑할 수 있다면
별사탕 하나 손에 쥔 소년의 눈은 별이 되어 빛나리
박꽃이 되어 지붕 위에 올라앉아 별을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박꽃같이 하얀 사람도 있을 터이고
별똥별처럼 스쳐간 사람도 있을 터이다.

 

사람하나 태어나면 별 하나 뜬다고 믿는 아이들이
아직도 많은 이 세상에서
개똥벌레를 쫓아다니며 별이름 몇 개를 기억하는
아름다운이여
지붕이 낮은 마을에 하룻밤만이라도 박꽃이 되어
밤새도록 뜬눈으로 별을 센다할지라도 나는 말리지 않으리

 

박꽃이 피어있는 동안만이라도 별을 사랑할 수 있다면
이 땅에는
네별 내별 모두 모여 사람 사는 세상은 온통 별밭이 되리

 


 

 

▲ 정성수  시인    

초가지붕을 타고 오른 박 넝쿨은 7월이면 꽃이 핀다. 박꽃은 아침부터 하늘을 향해 두 손 모으듯이 잎을 모으고 종일 미동도 않다가 해가 지면 순식간에 활짝 핀다. 낮엔 시들하다 밤이면 생기를 찾아 애기 박을 키우는 것이 박꽃이다. 박꽃들은 썩은 초가지붕을 먹고 8ㆍ9월이면 박이 된다.

 

순백의 박꽃은 신비로워 흰 드레스를 입은 신부의 하얀 살결에다 가늘 한 실핏줄 잎맥이 마치 실루엣 같다. 눈꽃의 혈관 같아 검소하면서도 화려하다. 한여름 애기박이 꽃을 이고 주렁주렁 열리면 마치 천사들의 초가지붕에 내려온 듯 초가지붕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박이 익으면 박을 삶아 말려 바가지를 만들었다. 바가지는 물바가지가 되기도 하고 쌀바가지가 되었다. 어린 나는 금은보화가 들어있는 흥부네 박을 생각했다. 어른이 된 지금도 쓰러져 가는 초가집 지붕에 핀 백옥 같은 박꽃을 보면 솜털이 숭숭한 박은 아마도 보름달의 씨라고 말 한다. 시계가 귀하던 시절 우리의 약속에 `박꽃 필 때 만나자.`는 말이 있다.

 

초저녁부터 깜깜해 질 때까지 피는 박꽃의 속성으로 본다면 아마 저녁 5시경부터 9시 정도쯤에 보자는 이야기다. 이 정도의 여유라면 우리 민족의 느긋한 시간관념이 박꽃 같다. 뿐만 아니라 한가로움에는 멋과 풍류가 살아있다. 요즘같이 빨리빨리에 길들여진 우리로서는 잃어버린 여유가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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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1/22 [16:35]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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