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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와 금와(金蛙)
기사입력  2020/11/30 [16:54]   임일태 전 한국 해양대 겸임교수

 

▲ 임일태 전 한국 해양대 겸임교수    

이젠 더 이상 `리자`를 흠모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그녀에게 크게 실망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나의 가식적인 감정표현에 스스로 실망한 것이었다. 오직 레오나르도 다 빈치 작품 `모나리자의 미소`를 보기위해 루브르 박물관에 왔고, 프랑스를, 파리를 여행하고 있었다. 모나리자가 전시된 장소까지는 아무런 생각 없이 걸었다.

 

평생 다시는 볼 수 없는 장엄하고 화려한 세계 명작들을 건성으로 지나면서도 빨리 보물을 찾아야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생각뿐이었다. 막상 인파를 헤치고 카메라를 들이대고 초점을 맞추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그 그림, 작고 빛바랜 볼품없는, 여염집 장례식장에 걸린 영정사진보다 약간 큰 그림, 눈썹도 없이 초점을 잃은 눈으로 묘한 웃음을 흘리고 있는 그림이 모나리자였다. 모나는 이탈리아어로 유부녀에 대한 경칭이란다.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리자여사`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 하지만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다는 것은 미술에 대한 무지를 스스로 폭로하는 꼴이지 싶었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다른 사람들이 하듯이 감탄하는 표정을 연발하면서 손녀에게 줄 사진만은 찍어야했다. 수십 년 동안 가졌던 모나리자에 대한 좋은 감정은 딱 여기까지였다.

 

초등학교 5학년 가을 소풍은 통도사 뒤쪽에 있는 자장암으로 정해졌다. 선생님은 자장암 바위 구멍에 금개구리가 살고 있고 마음씨가 착한 사람만이 볼 수 있다고 했다. 금개구리가 산다는 큰 바위 앞에 육십 명의 학생들이 금개구리를 보기 위해 줄지어 섰다.

 

안내를 하는 스님은 불심이 깊으면 보이지만 불심이 얕으면 보이지 않는다며 자신은 여러 번 보았다고 했다. 앞서 보고 나온 서너 명은 머리를 끌쩍이며 말없이 다른 사람에게 차례를 내어주었다. 금숙이 차례였다. "와! 금개구리가 보인다."고 고함을 질렀다. 똑똑히 보았다는 금숙이에게 아이들은 거짓말이라고 놀렸다.

 

금숙이는 금색 개구리의 동그란 눈 두 개와 입과 턱 그리고 앞다리 두 개를 분명히 보았다고 했다. 선생님도 스님도 아무 말 없이 빙긋이 웃고만 있었다. 내 차례였다. 바위 구멍 안의 색은 황갈색이라 금색과 구분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눈을 구멍에 바짝 붙이면 캄캄해서 안을 볼 수가 없고 구멍에서 약간 떨어져 한쪽 눈을 감고 까치발을 하고 보는 것은 무척이나 힘이 들었다.

 

구멍 속에 무엇인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개구리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모든 친구들의 차례가 끝났다. 그러나 금숙이의 말을 믿어주는 친구는 하나도 없었다. 거짓말쟁이라고 심하게 놀리는 바람에 금숙이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말을 믿지 못하는 것은 평소 학교생활 때문이지 싶었다. 학급에서 결석과 지각을 제일 많이 했고, 숙제는 해오는 것을 본적이 없었다. 우리 반에서 구구단을 못 외우는 유일한 친구였기 때문이었다. 아마 1학년부터 줄 곳 반장을 했던 선행이가 그랬다면 믿는 아이들이 많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도 선생님은 금숙이 편이 되어주었다. 마음이 착한 것과 공부 잘하는 것은 다르며 금숙이가 결석은 많이 하지만 어머니를 도와 동생을 돌보느라 그렇다고 했다. 원래 집안일을 많이 돕는 사람을 부처님도 좋아한다고 했다. 옆에 있던 스님도 금와보살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본다고 했다.

 

마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혜안이라고도 덧붙였다. 스님의 말처럼 금와 보살을 마음의 눈으로 보아야 하듯 모나리자를 감상함에도 수백 년 전 작가의 심정을 이해하면서 그 당시의 상황에서 마음의 눈으로 본다면 명작으로 보일 수 있으려나. 금숙이와 루브르박물관에 모인 많은 사람들 모두 혜안을 가진 것일까.

 

나만 가지지 못한 혜안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위선자로 매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모나나 보살이라는 경칭을 떼어버리고 생각해보자, 리자를 금숙이가 그렸다고 해도 모두들 명작이라고 감탄할까. 자장암 바위 구멍 속에서 금와를 똑똑히 보았다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말했다면 그래도 거짓말이라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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