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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사무감사를 마치고
 
강혜경 울산 중구의회 행정자치위원장   기사입력  2020/12/03 [16:21]
▲ 강혜경 울산 중구의회 행정자치위원장    

지난 달 27일 중구의회 행정사무감사를 마쳤다. 본 의원이 소속된 행정자치 위원회는 1주일간 15개의 실, 과와 유관기관에 대한 행감을 8일 동안 진행했다. 기초의원으로선 3번째이지만 위원장으로서는 처음 경험한 행감이었다.

 

그렇다 보니, 전에는 혼자 문제점을 찾아내고 대안을 제시하면 됐지만 이제는 어떻게 하면 위원회가 행감을 잘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판이 됐다. 행감 준비를 위해 위원회의 대다수 의원들은 매일 밤 11시가 넘어서야 사무실을 나섰고 다음날 9시가 되기 전에 사무실 문을 여는 나날들을 이어갔다. 20여 년 대학 강단에 섰지만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솔직히 말해 행감을 준비하는 기초의원은 백화점 직원을 방불케 한다. 무엇보다 여러 계층의 주민 생활과 관련된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집행부에 질의하고 대안을 촉구한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런데, 감사를 하는 측이 이런데 그 감사 준비를 하고, 직접 감사장에서 의원들의 까다로운 질문을 온몸으로 받아야 하는 공무원들은 어떨까.

 

행감 기간 의원들은 지난 1년간 집행부와 그 유관기관이 시행한 행정업무가 적절했는지, 만일 오류가 있었다면 무엇 때문에 그렇게 됐는지 밝혀내고, 또 의회 차원에서 책임소재를 따지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행감은 조례로 일정기간 정해져 있다. 또 위원회별로 행감을 해야할 부서는 한 둘이 아니다.

 

제대로 된 행감을 하기 위해선 사전에 자료를 요구하고, 제출된 자료를 대입 교재보다 더 열심히 들여다봐야 하는데 주어진 기간이 짧다 보니 질의하고 싶은 내용의 일부만 겨우 지적하고 만다. 이번 행감을 마친 뒤 가장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이다. 다양한 기초의원이 있고, 그 만큼 많은 행감 에피소드도 있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대변해야 한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요한 것은 주민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행정사무가 올바로 진행되었는지 짚어보고, 이것이 공직사회를 바꾸고 나아가서 우리 사회를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하느냐 이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집행부가 제출하는 자료만 가지고는 확장성이 없다. 공무원은 수십년 동안 같은 분야에서 맴돈 `행정의 달인`이다. 반면 의원들은 전혀 낯선 분양에서 문제점을 찾아내고 이를 지적해야 한다. 따라서 달관한 자신의 업무를 행감장에서 설명하고 답변하는 공무원과 의원의 관계는 사실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그러다 보니 결국 `행감을 위한 행감`이 될 개연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과거의 `고함 행감`이나 `수박 겉핥기식 행감`이라는 비난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이런 연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초의회 행감은 대의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주민들의 실제 생활과 밀접한 문제들을 주로 다루는 게 기초의회 행감 아닌가.

 

기초의원이 자신을 의회로 보내준 유권자를 대신해서 집행부의 잘못된 행정사무를 바로잡고, 또 대안 제시를 통해서 주민들의 혈세 낭비를 막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다할 때 비로소 그 의미가 살아난다.

 

따라서 주민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행정사무일수록 의회가 철저하게 행감을 준비하고 대안을 제시할 때 의회 본연의 존재 이유를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발로 뛰는 행감준비가 필요하다.

 

집행부가 준비해서 제출한 서면 자료만으로는 언감생심 행감 본연의 목적 달성은 사실상 힘들다. 행정의 달인인 공무원이 잘 작성한 자료를 어설픈 눈으로 들여다보고 흠을 찾기란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 보다 어렵다. 그들이라고 "얼마든지 들여다 보슈"하며 흠집을 드러내 놓겠는가.

 

반면에 행정의 달인이라고 해서 그들이 모든 것을 정상적으로, 적법하게, 합리적으로 처리했을 것이란 보장도 없는 것 아닌가. 결국 의원들이 프로를 제압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행감 기간뿐만 아니라 1년 내내 주민의 눈으로 주권자의 생활현장을 얼마나 잘 살펴왔는가에 달려 있다. 올 행감이 끝나자 말자 내년 행감을 준비해야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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