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서랍 바다
 
신은숙 시인   기사입력  2021/01/18 [16:21]

설악 바다에 와서
서랍을 떠올리네
좋았던 시절은 다 서랍에 있네
칸칸이 꽃피고 살림하느라
반짝이는 서랍들

 

풍랑 이는 바다를 보지 못했네
밀치고 당기다가
튕겨 나간 못과 생채기들
서랍째 바다에 버렸더니
도로 떠올랐네

 

섬이라는 혹
너라는 참혹

 

바다도 서랍과 같아서
밀고 당기는 일이 숙제와 같아서
한 생이 지나가면 다른 생이 오듯
가만히 등을 쓰다듬는 파도라는 큰 손

 

설악 바다에 와서
나를 열어 보네
칸칸 서랍마다 부릅뜬 눈알들
왜 바다를 보면 작아지는지
모래알처럼 부서져 내리는지

 


 

 

▲ 신은숙 시인     © 울산광역매일

저마다 소중한 서랍이 하나씩은 있다. 그 속에는 간직해야 할 무언가가 있다. 묵은 서랍을 열면 바다가, 파도가 출렁거린다. 설악 바다, 그 푸른 파도 앞에 서면 한없이 작아지고 부서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기억 속 서랍을 내다버리지만 상처는 혹처럼 아니 섬처럼 그 자리에 있다. 그때 파도는 다가와서 등을 쓰다듬으며 말한다. 꽃 피는 시절도 풍랑의 시간도 살아있어 누리는 축복이라는 것을.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21/01/18 [16:21]   ⓒ 울산광역매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https://www.lotteshopping.com/store/main?cstrCd=0015
울산공항 https://www.airport.co.kr/ulsan/
울산광역시 교육청 www.use.go.kr/
울산광역시 남구청 www.ulsannamgu.go.kr/
울산광역시 동구청 www.donggu.ulsan.kr/
울산광역시 북구청 www.bukgu.ulsan.kr/
울산광역시청 www.ulsan.go.kr
울산지방 경찰청 http://www.uspolice.go.kr/
울산해양경찰서 https://www.kcg.go.kr/ulsancgs/main.do
울주군청 www.ulju.ulsan.kr/
현대백화점 울산점 https://www.ehyundai.com/newPortal/DP/DP000000_V.do?branchCd=B00129000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