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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논단>환지본처(還至本處) 하리라
 
김보성 이야기가 있는 인문학(이 인)대표   기사입력  2021/01/21 [15:37]

 

▲김보성 이야기가 있는 인문학(이 인)대표

환지본처(還至本處): 본래의 곳으로 돌아오다. 우리가 흔히 문화재가 제자리를 찾아 돌아올 때 많이 접하는 말이다. 물론 문화재 중에서도 불교문화재에 많이 쓰이고 있다.


“불상의 환지본처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불교문화재의 환지본처를 기념한다”와 같이 도난당한 불교문화재가 원래의 자리를 찾는 보도가 나오면 이러한 말이 붙게 된다. 정치인이 자신의 당으로 다시 돌아 갈 때도 우리는 뉴스에서 이러한 말을 듣게된다.


 본래 환지본처는 불교의 경전중 하나인 금강경(金剛經)에 나오는 말이다. 금강경이라는 경전은 조계종(曹溪宗)의 소의경전(所依經典)으로 불교의 ‘공(空)사상’을 담은 핵심경전이라고 할 수 있다. 학계에서는 약 기원후 150년~200년경에 성립한 경전으로 보기도 하는데 이때는 부처님이 열반하시고 600년이나 지난시대이다. 이러한 때 금경경은 왜 만들어진 것일까?


  초기의 불교승단에서는 아라한(arhan), 즉 인간이의 수행을 통해 도달하는 최고의 경지를 목표로 했으며 이러한 아라한이 되기 위한 특별한 출가수행자들의 모임 또는 혼자 수행하는 출가수행자들이 있었고 존경을 받았다. 이러한 초기 불교승단의 흐름에 반(反)해 누구든지. 출가의 여부를 떠나 부처의 지혜를 깨달은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새로운 흐름이 나타났다. 이들은 아라한이 아니라 “깨달음을 추구하는 사람들((bodhisattva)”이다.


‘깨달음의 지혜’라는 의미의 보리(bodhi)와 ‘살아있는 자’라는 의미의 사트바(sattva)로 중국으로 넘어오면서 한자화 되어 보살(菩薩)이라고 불리게 된다. 이러한 보살은 누구나 깨달음으로 이를 수 있는데 그것에는 특별한 특권이 없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불교에서 보살이 등장함으로 인해 이전의 아라한이라는 특별한 수행자들만이 깨달음으로 나아갈수 있다는 형태를 소승불교로 불리게 되고, 불살이라는 대중적 개녀므이 탄생을 통해 대승불교라는 새로운 혁명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대승불교의 탄생속에 등장하는 것이 바로 금강경이라는 경전이다. 금강경의 지혜는 깨달음을 통해 누구나 부처가 된다는 대중적인 지혜이다. 약 2000년전에 출발한 대승의 금강경이 우리나라에도 지금까지 면면히 살아숨쉬고 있는 것이다.


여기 그 금강경의 바로 초반구절을 보자. ‘爾時 世尊 食時 着衣持鉢 入舍 衛大城 乞食於其城中 次第乞已 還至本處 飯食訖 收衣鉢 洗足已 敷座而坐’라고 돼 있다.


  ‘이때에 부처님께서 밥 때가 되어 옷을 입고 바리를 지니고 사위성으로 가시어 밥을 빌으셨다. 성 안에서 차례로 빌으심을 마치시고 본래의 곳으로 돌아오시어, 식사를 마치셨다’이다. 


 2600년전 깨달음에 이른 한 성인이 그 제자들과 함께 당시 인도의 사위국의 수도 사위성에 아침공양을 떠났다가 본래의 곳으로 돌아와 식사를 마치는 모습이 금강경의 첫 풍경이다. 너무나도 평범한 일상의 하루 일과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성인의 무엇인가는 대단하지 않을까 여기지만, 당시 수행자의 일상이 잔잔하게 그저 평범하게 펼쳐져있는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 위대한 일이 아닐까. 깨달은 성인 붓다 역시, 평범한 일상을 자연스럽게, 성실하게 살아간 여정이었다. 우리가 원하는 모습도 바로 이러한 것이 아닌가. 그저 평범한 일상이 잔잔하게 펼쳐지는 풍경을 살아가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낮설은 풍경들. 우리는 모두 마스크를 써야한다. 사람이 모여서는 안된다. 매일 매일 경고의 알람은 우리에게 공포의 메시지를 끊이 없이 알려준다. 이러한 풍경속에서 우리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꿈을 꾸는 것이다.


  환지본처는 우리가 누렸던 당연하고 평범한것에 대한 것이다. 금강경이라는 불교의 경전속에서도 환지본처는 그저 부처님께서 밥을 빌으심을 마치시고 본래에 있던곳으로 돌아오셨다. 그리고 빌어오신 식사를 마치셨다는 구절일 뿐이다.


  불교의 대승경전인 금강경은 누구나 깨달음으로 이르는 길을 말하였고, 그 속에는 단지 평범한 일상을 열심히 이어가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러한 모습가운데 우리에게는 더 이상 평범하지 않을 수 있는, 그렇게 되기를 희망하는 “본래의 곳으로 돌아오시어”가 있다. 2021년에는 환지본처(還至本處). 바로 본래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는 한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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