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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회>나는 네 이름을 불렀다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21/01/24 [15:25]

 길을 가다가 한 순간 무릎 꿇고 울다가
네가 그리우면
나는 네 이름을 불렀다

 

좌판들이 주저앉아 사는 일을 의논하고 있는
생의 골목
나는 기다리는 희망이 되어
그 의논 다 끝날 때 까지
혼자서 길을 가는 법을 생각했다

 

누군가 사는 일을
멍에라고 쓸쓸해 하는 동안
길 위에서
검은 꽃이 핀 내 목을 어루만졌다

 

울고 싶을 때 나는 네 이름을 불렀다


 

 

▲ 정성수 시인     ©울산광역매일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인사유명호사유피人死留名虎死留皮)’는 명언이 있다. 뜻은 이름값을 잘하여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이름에는 기대가 있다. 하나는 괜찮은 사람이 되어달라는 기대이고, 다른 하나는 이름이 만천하에 높이 알려지기를 바라는 기대다. 사람의 이름은 소통되고 싶은 욕구가 강한 소통적 기대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부모가 이름을 지어 줄 때는 가치 있는 존재가 되기를 바라며, 세상에 나아가 그 이름을 크게 떨치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담는다. 옛날에는 ‘개똥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 ‘개똥이’라는 이름에는 고상한 이름 못지않게 간절하고 각별한 기원의 의미가 있다. 거기에는 가난과 질병과 난리가 들끓던 세상에 개똥처럼 강인하게 살라는 기대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개똥이라는 이름처럼 원래의 의미와 기대를 손상시키지 않고 이름에 부합되게 살려는 노력은 그 자체가 훌륭한 도덕이다. 자기 이름값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정말 이 사람 맞아?’라는 의문을 던진다. 결국 불신의 늪에서 갈등의 골을 깊이 파고 속임과 미움을 악순환 시킨다. 호랑이가 죽어서 가죽을 남기듯이 우리는 이름의 의미와 가치를 남겨야 한다.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곳이 아니다. 가족이 있고 이웃이 있고 겨레가 있다. 나는 누구인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누구를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이름값을 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뒤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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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1/24 [15:25]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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