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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흐르는 아침>만파식적을 보다
 
서정임 시인   기사입력  2021/01/25 [15:12]

 길을 걷다 냄새를 맡는다
어디선가 날아오는 진한 꽃의 향기

 

향기는 꽃이 봄을 불러들이는 표식이다
온몸을 다해 사람들을 끌고 가는 힘의 소리다

 

벌과 나비가 꽃 위를 빙빙 돈다
불안의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진 겨울을 떨쳐낸 저 밝은
해방의 군무

 

몇 백 년 전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했다는 만파식적도
저렇듯 허공에 널리 퍼지는 진한 향기를 내뿜었으리라
만백성을 위해 밀려드는 어둠을 물리쳤으리라

 

그들이 전신을 다 바친다
온몸이 흠뻑 젖은 방호복을 입고 벗는 이마 위에
뚜렷하게 찍혀있는 고글 자국과
살갗 벗겨진 콧잔등 위에 붙여놓은 반창고

 

나는 저 진한 향기의 표식에 눈이 뜨거워지고
꽃들이 내뿜는 향기에 이끌려
잃어버린 봄을 찾아가는 사람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사투를 벌이는 코로나19 병상에는
오늘도 온통 환자들을 위한 누군가
만파식적을 불고 있다


 

서정임 시인
전북 남원 출생
2006년 [문학선] 등단
시집 [도너츠가 구워지는 오후][아몬드를 먹는 고양이]

 

<시작노트>
  우리는 지금 고비에 들어있다. 가장 힘든 시기, 힘껏 이겨내야 할 어려운 시국을 살고 있다. 하지만 고비는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다. 이러한 난국에 우리를 위해 온통 전신을 다 바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방호복을 입고 고글을 쓰고 마스크를 쓴, 마치 우주인처럼 보이는 사람들, 그들은 온통 코로나19란 고통 속에 들어있는 사람들을 치료하는데 온 힘을 다 바치고 있는 간호사들이며 의사들이다. 만파식적은 나라의 모든 근심과 걱정을 해결한다는 신라 전설상의 피리다. 죽어서 바다 용이 된 문무왕과 하늘의 신이 된 김유신이 합심하여 동해의 한 섬에 대나무를 보냈는데 이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어 부니, 적의 군사가 물러가고, 병이 낫고, 물결이 평온해졌다고 한다. 이와 같이 만파식적이 비록 전설상의 피리일지라도, 넘기 힘든 지금의 고비와 난국을 해결함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만파식적 같은 누군가의 모습이다. 사람들을 구하고 나라를 구하고 온 인류를 구하고, 우리의 자유를 만끽하는 봄날을 불러오는 일이야말로 무엇에도 비할 수 없는 고귀한 것이며 꽃처럼 아름답고 향기 나는 모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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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1/25 [15:12]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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