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알간 유리문 밖 아까부터 누군가 서성인다 약국 문이 열릴 때마다 들어올까 말까 망설인다
빠끔 내다보니 언제부터 와 있었는지 봄 햇살이 오들오들 떨고 있다 겨울을 따돌리고 부리나케 달려왔는지 미처 신발도 신지 못했다
오는 길에 논두렁의 냉이와 쑥을 깨웠을 것이다 숲의 나무와 풀도 만났을 것이다 몸살 끼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얼른 문을 열어 준다
소아과 처방전을 들고 오는 어린아이처럼 배시시 웃으며 소파에 앉는다 이내 드러눕는다 미열이 난 이마에 가만히 손을 얹어본다
<시작노트>
이른 봄날, 환자가 뜸한 오후였다. 아직 추위가 매서운 때였다. 약국 문 열릴 때마다 찬바람과 함께 엷은 햇살이 들어올까 말까 망설이는 것이 보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 유리문으로 들어와 처방전을 접수하고 조제약을 기다리는 소파에 앉아있었다. 잠깐 조제실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 보니 아까보다 좀 더 길게 누워있다. 미처 신발도 신지 못한 맨발이다. 소파에 가만히 손을 대본다. 미열이 난 어린아이 이마처럼 따끈했다. 겨울을 따돌리고 부리나케 달려오느냐고 몸살이 난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소파에 힘없이 누워 있는 것이라 생각됐다. 그때 봄도 아프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시인 약력> 강원도 속초 출생. 경희사이버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
2016년 ‘김유정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현재 약사. 시
집으로?낯선 위로가 눈물을 닦아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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