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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논단>아직도 탁상공론인가
기사입력  2021/02/22 [17:14]   서금자 시인
▲ 서금자 시인     © 울산광역매일

  "코로나19가 심각단계입니다 호수 공원길 걷는 것을 가능한 자제해 주시고 걸을 때는 제시된 화살표 방향으로 걸어 주십시오"

 

   일 년 넘게 토시하나 바뀌지 않은 호수공원 사무실 방송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방송대로 지시를 잘 따르고 있지만 일부는 글자를 모르는 건지 말귀를 못 알아듣는 건지 역방향으로 걷는 사람들이 여전하다.

 

   나는 거의 매일 이 길을 걷지만 구청이나 호수공원 사무실 직원이 현장 지도를 하는 걸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다. 반드시 확인 현장지도가 뒤따라야 할 일인데도 말이다. 사무실에서는 구청에서 지시한 내용을 방송하는 것으로 의무를 다 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또 구청은 나라에서 내려온 지시를 방송으로 전달했으니 의무를 다 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러면 담뱃대 길게 물고 퇴창으로 시민들 살피는 척만 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나는 역행하는 사람들을 보면 뭐라고 한 마디 하고 싶지만 말썽이 될까 참는다. 그러다보니 마음속이 부글거릴 수밖에 없다. 그에다 일방통행만 표시해 놓고 거꾸로 걷는 사람들을 전혀 단속하지 않는 행정 당국 때문에 더 부아가 치민다. 일방통행 휘장을 울타리에 걸어둔 것만으로 의무를 다 했다는 건지 공무원의 현장지도를 일 년 내 내 찾아 볼 수가 없다. 이러니 툭하면 공무원들이 탁상공론만 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며칠 전 어둠살이 드는 저녁시간 무렵 공원길을 걸을 때였다. 가쁜 숨소리로 따라오면서 말을 거는 사람이 있었다. 돌아보니 육십 대 후반으로 보이는 건장한 젊은 노인이다. 자기보다 키가 작아 앞질러 보려고 힘을 다해 걸었는데 나를 따라 잡기가 힘들단다. 나는 어스름이 신경 쓰이던 차 다행이라 생각도 되고 또 그의 말이 이웃집 아저씨처럼 정감이 느껴져 걸음을 늦추었다. 그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코로나 때문에 일방통행을 강요하는 건 이해가 되는데 왜 꼭 이 방향으로 걸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자기는 항상 지금과 반대 방향으로 걸어 왔고 그렇게 걸으면 해를 등지게 돼 햇빛에 신경을 쓰지 않아 좋았다는 말을 곁들이면서 말이다.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구청에서 지금 이렇게 시계 반대방향으로 걷게 하는 건 바른 방향을 제시해 준 것이라고, 시계 반대방향으로 걸어야 하는 이유를 내 짧은 상식을 총동원 설명해 주었다. 우리는 심장이 왼쪽에 있어서 트랙을 달릴 때 왼쪽 즉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야 안정감을 얻어 수 있다고,생각해 보면 학교 운동회 때 릴레이와 달리기 경기, 올림픽 육상, 경마장의 경주마, 군대 열병식 등에서 트랙을 돌 때 모두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지 않더냐고. 그는 한 참 내 말을 듣고 있더니 심장이 왼쪽에 있어 왼쪽으로 돌아야 편하다는 그 신체의 생리학적 말에는 공감이 간다고 했다.

 

   나는 그날 집에 돌아와서 혹여 내가 설명을 잘못 한 건 아닌가 싶어 인터넷은 뒤져 살펴보았다. 다행히 잘못 말해 주진 않았다. 그리고 지구가 하루에 한 번씩 서에서 동으로 자전을 하고 있는 걸 우리는 느낄 수 없지만 우리 본능은 그걸 알고 있어서 왼쪽으로 도는 게 우리의 신체에 편안함을 준다는 사실도 새삼 알게 되었다.

 

   다시 호수공원 방송을 생각해 본다. 호수공원 사무실은 일 년 내 내 녹음된 앵무새 방송만 할 게 아니라 시계 반대방향으로 걸어야 하는 이유를 곁들여 말해 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공무원들도 지시된 일을 그대로 전달하는 데만 매달려 있을 게 하니라 현장을 살피고 문제점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호수공원 담당 공무원들이 더 이상 탁상공론만 일삼고 있다는 비난을 듣지 않으려면 즉시 현장에 나와 현장의 사정을 살피고 시민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언제까지 구태의연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툭하면 탁상공론 비난의 대상만 될 것인가. 신축년 새해에는 시민들의 마음을 미리 살피고 그 말에 귀 기울이며 발로 뛰는 공무원 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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