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푸른 별의 절벽
길이 끝난 곳이 인기척 쪽으로 방향을 틀듯
내게로 돌아와야 하는 가파른 미래다
짙어가는 밖 이쪽은
간절함을 두 주머니에 찔러 넣은 오후
완곡함은 수직을 이해할 수 없다
올려다보는 이별과 착석하지 않은 사랑은 하나였다
관계는 묽어 감정을 휘발하는 발효
나는 파랑을 오해하고
당신인 파랑은 냉정해
나란 검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팔걸이에 걸친 휴식과 냉철한 노동은
서로를 이어가지 못해
다정과 냉정이 한 끗이다
한곳에 거주하는 두 개의 선
함께한 기억의 위치가 가물거려
내면은 안과 밖을 경계 짓는 유리만큼이나 얇다
(시작노트)
「오, 모딜리아니」를 읽을 때 해당 그림을 같이 보는 것이 이해하기 좋은 것처럼, 위의 시도 마티스의 <대화>를 보면서 읽을 때 온전히 이해하기 쉽다. 마티스의 <대화>와 함께 위의 시를 읽으면, 몸뿐만 아니라 회화에 담긴 장면 역시 하나의 ‘징후’를 담은 풍경으로서 다가오고 있다. 이 ‘그림-풍경’도 독자의 내면과 접속되어 독자에게 읽히면서 독자의 닫혀 있던 내면을 끌어낸다. 한때 사랑으로 하나였던 나와 당신이었지만, 이제 “관계는 묽어 감정을 휘발하는 발효”로 “서로를 이어가지 못”한 채 “다정과 냉정이 한 끗”이었던 관계가 되었다는 서글픈 마음을 드러내고 싶은 것이다.
최연수 시인
강원 양구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졸업
2015년 『영주일보』 『시산맥』 등단
시집 『누에, 섶을 뜨겁게 껴안다』 『안녕은 혼자일 때 녹는다』
평론집 『이 시인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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