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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흐르는 아침>골목
 
한성운 시인   기사입력  2021/03/04 [16:23]

숨바꼭질을 하다 발이 잡아당겨

소년은 길의 안쪽으로 꺾어 들었다

거기 처음 보는 골목이 있었다

허겁지겁 소년을 따라온 그림자가 숨을 고르고

소년의 심장 박동이 잠깐 골목을 열었다 닫는 사이

골목 안을 기웃거리던 술래를 골목이 마저 밀어내고

입이 과묵한 구름이 소년을 못 본 체 시치미를 떼고 지나는

자궁처럼 아늑한 골목이었다

야도 야도 소리만 간간이 높은 담을 넘어 오다

순식간에 황혼이 출근하고

이어서 퇴근하는 긴 그림자들로 골목이 점점 어두워져 올 무렵

밥 먹어라

멀리서 엄마가 부르는 소리가

용케 소년을 찾아 집으로 갔지만

소년은 골목에 혼자 두고 온 심장 소리가 생각나

다락방에 오르고 장롱 속에서 깜빡 잠이 들기도 하다

어느 날은 막다른 길이 있는 먼 곳까지 가서

작은 창문을 열어 소녀를 만나고

오래전 골목에 함께 있던 그림자를 닮은 아이를 낳았는데

소년은 지금 그림자도 따라올 수 없는 좁다란 골목에 숨어

엄마가 찾는 소리를 기다리며 누워 있다

 


 

 

▲ 한성운 시인     © 울산광역매일

(시작노트)

나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골목을 찾아 일생을 헤매었다

골목은 어머니의 자궁처럼 아늑했고

사랑하는 이의 그림자가 서성이는 창문이 달린 곳이었다

나는 그 골목의 담벼락에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밥 먹으라고 오래 잠든 나를 불러 깨우는

부활의 산 소망을 담은 그림이었다

 

한성운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다녔다.

대학 재학시 제6예대문학상에 시 민방위훈련이 당선(심사위원 오규원 시인)되었고

 

2020월간문학신인작품상에 시 날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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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3/04 [16:23]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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