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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관 칼럼>봄이 오는 길목에서
 
박정관 울산 굿뉴스 편집장   기사입력  2021/03/04 [16:27]
▲ 박정관 울산 굿뉴스 편집장     © 울산광역매일

  성추행으로 물러난 부산시장과 부도덕한 일탈을 벗어나려 自盡(자진)한 서울시장의 재보선이 4월 7일 치러질 전망이다. 앞서 민주당은 ‘중대한 비위사실에는 차기 후보를 내보내지 않는다’는 법규를 서둘러 바꾸었다. 그리고 여러 후보군을 내세워 동정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잘못에 대한 사과문이나 성명서 발표는커녕 서울시장에게 성추행 당한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듣도 보도 못한 모호한 용어로 둔갑시켰었다. 

 

  그렇다고 범죄와 일탈이 가려질리 만무하건만 재판이 시행되려면 하세월이요 4.7재보선의 배는 벌써 출항해버렸다. 도착지에서 어느 후보가 당선돼 당당한 보무로 나설 때에야 새로운 비전으로 나서는 지도자를 환영하는 매스컴의 떠들썩한 잔치에 애꿎은 피해자들만 몰래 눈물을 훔칠 것이다. 서울과 부산 두 곳의 시장선거에 들어가는 비용만 해도 800억이 훌쩍 뛰어넘는 국민들의 혈세가 낭비된다. 

 

  울산도 같은 날 남구청장 재보선이 치러진다. 전임 구청장의 선거법 위반으로 재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구상권을 요구하는 법안이라도 마련해야 될 판이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방역에 중대한 잘못을 저지르는 단체나 개인에게 지자체가 강력한 구상권을 청구하듯이 말이다. 같은 룰이 적용되지 않을 까닭이 없지 않은가. 

 

  이런 저런 시비꺼리로 사람들이 서로 다투고 잘잘못을 따지지만 인간은 미물에 불과하다. 오늘이 경칩이다. 계절 변환 앞에 무기력한 인간들이 개구리를 잣대로 ‘봄’을 설정했다. 며칠 전 폭우가 거세게 휘몰아치고 기온이 뚝 떨어졌지만 그렇게 봄은 무르익어가고 있다. 그렇듯 세상은 돌아가고 있다. 

 

  백신이 도착해 1년 넘게 코로나와 힘겨운 사투를 벌여온 의료진들에게 먼저 접종되고 있다는 낭보가 전해진다. 하지만 효과를 보기에는 미미할 정도로 분량이 너무 적어 아쉽다. 백신이 넉넉히 확보됐다면 지금쯤 곧 경제주름살이 펴지고 사회생활이 정상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란 희망에 부풀어 있을 텐데 말이다. K방역 자랑에 너무 덜 뜬 나머지 비상시기에 백신을 충분히 확보할 기회를 놓친 것은 마라톤에서 1등으로 달린다고 자만해 결국 종착지점을 몇 미터 앞두고 뒤처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조여진 신발 끈은 결승선을 통과하고 풀어도 늦지 않은데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에 미리 자축 샴페인을 터뜨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조간신문 1면의 헤드라인으로 실린 사진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손바닥이 모두 문드러질 만큼 피부가 일어나고 껍질이 벗겨진 일선 간호사의 눈물겨움이 가슴에 생채기를 남긴다. 언제쯤 평범한 일상의 얼굴을 마주대할 수 있을까. 그 날이 간절히 기다려진다. 

 

 ‘위드(with) 코로나 시대’가 다른 한편으로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가까운 지인은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 다니는 자녀들과 그동안 얼굴 볼 시간이 없었는데 “아들이 군대 가고  딸이 시집가기 전에 오순도순 함께하는 시간들이 금쪽같다”고 했다. 평범할 때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촘촘한 사회망’ ‘정교한 네트워크’가 한층 현실화 돼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새봄이 찾아왔지만 춘래불사춘이라는 말처럼 봄이 봄 같지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장 한 장 벽돌을 쌓아 건물을 완성하듯이 또 하루치의 감사와 기쁨으로 이날을 맞아들여야 하는 게 우리들의 삶이자 일상사 아닌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힘겨운 투병생활을 하는 중환자에게 순간순간의 호흡이 얼마나 귀중할까를 생각하면 ‘봄 같지 않은 봄’이 더 이상 귀할 수가 없다. 그런 간절한 마음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날들을 힘차게 활보해보자. 머지않아 이 봄마저 훌쩍 우리 곁을 떠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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