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신라인들은 시를 건축물로 즐겨 그렸다
부처님을 모셔야 할 대웅전은 텅 비어놓고
진신사리眞身舍利를 모신 금강계단을 「부처님」이란 시로 썼다
마음에 부처를 모셔놓고 자유자재로 통도사를 시로 표현했다
마음만 있으면 어디든 닿지 않겠는가
석가모니 부처가 제자들에게 설법하던 인도의 영축산靈鷲山,
「영산전靈山殿」이란 아름다운 시로 그려놓았으니
영산전을 든 내 마음은 이미 『묘법연화경妙法蓮花經』,
어느 한 페이지에서 꽃비를 맞고 있는 게 아닌가
천 사백 년 전 그들이 지은 시를 읽으며
나를 다시금 쓴다
연꽃 향 가득한 ‘금강계단金剛戒壇’, 영원히 지지 않을 진리의 꽃
금강처럼 빛나는 부처님 말씀을 내 몸에 받아 적는다
접혔던 내 마음, 자장매慈莊梅 붉은 꽃잎으로 활짝 열리고
영축산 너머로 날아오르는 저 극락새 한 마리
정영숙(鄭英淑)
1993년 등단. 『볼레로, 장미빛 문장』, 『황금 서랍 읽는 법』등 신작시집 7권,
활판시선집 『아무르, 완전한 사랑』<목포문학상><시인들이 뽑는 시인상>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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