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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논단> 영화 ‘미나리’의 아카데미수상과 위기 극복 의지
 
홍종오 영화감독   기사입력  2021/05/13 [17:11]
▲ 홍종오 영화감독     © 울산광역매일

 배우 윤여정이 독립영화 ‘미나리’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경험과 관록에서 우러나오는 근성 있는 연기로 할리우드의 인정을 받은 것이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수상에 이은 영화계의 연이은 쾌거라 할 수 있다. 

 

 비록 이 영화는 ‘리 아이작 정(정이삭)’감독이 미국 자본으로 만든 미국영화이지만, 주인공들은 1980년대 미국 아칸소로 이민 간 한국인들이고, 그래서 대부분의 대화는 한국어이고, 한국배우들이 출연한 영화이기에 우리 영화로 인식된다. 하지만 ‘미나리’가미국 양대 영화상 중 하나인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부문 후보에 오른 것을 두고 전 세계 여론뿐 아니라 미국내에서도 반발이 심하다. 골든 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 규정상 대화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닌 경우 외국어 영화로 분류한다. 얼핏 보면 외국어 영화상 후보가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배우 ‘브래드피트’의 제작사 ‘A24’가 제작하고,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감독과 스티븐 연이 총괄 프로듀서이자 주연으로 나오는 미국 자본으로 제작된 미국영화이다. 

 

 지난해 골든 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올랐던 영화 ‘페어웰’ 역시 뉴욕에 사는 중국인 가정의 이야기를 다뤄 큰 관심을 받았지만 대사 대부분이 중국어라는 이유로 외국어 영화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영화가 전 세계에 미치는 문화, 산업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작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언급한 것처럼 아직 로컬(Local)을 벗어나지 못한 증거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으로 세계 유수의 영화인들과 영화 팬들이 매년 아카데미를 주목하고 있으며 상업성과 별개로 훌륭한 작품들을 선정하고 그 가치를 인정해 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은 자명하다. 백인 남성 중심의 할리우드 영화들이 자연스럽게 아카데미 수상 결과로 이어지던 편협한 역사가 뒤집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영화인들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 ‘깐느국제영화제’와 ‘아카데미영화제’ 시상식을 석권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K무비’ 열풍으로 이어지며 팬데믹 시대에 더욱 활기를 띄고 있는 넷플릭스를 포함한 OTT시장에서 영화 ‘살아있다’와 ‘승리호’ 등이 세계적인 큰 관심과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데에는 ‘기생충’의 영향력이 밑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근현대사의 상처를 안고 있는 한국 영화계가 최근 눈부신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은 그동안 한국 영화인들이 부단히 노력해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어떤 방법으로든 우리 영화계는 관객과 소통하며,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작가적 스타일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만들어 왔었다. 이러한 영화사적 기반 없이는 봉준호도, 기생충도 없었을 것이다. 

 

 윤여정 배우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 

 

 20~40대 톱스타들이 견고한 아성을 쌓으며 각축하고 있는 배우들 속에서 조연, 노장 배우는 상대적으로 활동 공간이 부족하다. 그런 점에서 70대 배우 윤여정의 수상은 한국 영화계의 위상을 드높였음은 물론 평생 연기를 업으로 삼아온 배우들은 물론 여성 배우들에게 큰 용기를 준 사건으로 평가된다. 

 

 한국영화계의 대표적 거장, 김기영 감독의 1971년작 ‘하녀’로 데뷔한 후 반세기 동안 한국영화사와 함께 해온 배우 윤여정이 한국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니라 어쩌면 한국영화의 저력을 볼 때 이제 시작일수도 있기에 이번 수상의 의미가 크다 할 수 있다.

 

 영화 속에서 순자는 미국을 오면서 미나리 씨앗을 가지고 온다. 그리고 뱀이 자주 나오는 장소에 미나리 씨앗을 뿌려둔다. “미나리는 잡초처럼 어디에서도 잘 살아 남는다.” 이 대사에서 미나리는 한국인을 뜻하는 상징이다. 어려운 시기를 잘 헤쳐 나와 이제는 세계적인 영화 시장으로 성장하는 한국영화처럼, 코로나19로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이 어려운 시기에 영화 ‘미나리’처럼 강한 회복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내는 한국인의 저력을 다시 한 번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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