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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회> 제대로 말하기
 
하 송 시인   기사입력  2021/06/01 [17:14]
▲ 하 송 시인     © 울산광역매일

 함께 근무했던 동료 교사가, 20대 초반의 한창때인 아들을 잃는 슬픔을 겪었습니다. 아들은 몇 년 전에 백혈병 치료를 받고 나았다가 이번에 대학 생활 중 재발해서 부모 곁을 떠난 것입니다. 그동안 치료받던 서울 소재 병원에서 숨을 거둔 아들과 함께 내려오는 엄마 심정이 어떨지, 생각만으로도 너무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났습니다.

 

 동료 교사는 다행히 종교를 가지고 있어서 생각보다 의연했습니다.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싶어 전화했더니 고맙다며 펑펑 울었지만, 바로 이어서 ‘고통이 없는 하나님 품으로 돌아가 편히 쉴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아들은 숨을 거두기까지 많은 고통 속에서 보냈던 것 같습니다. 옆에서 그런 아들을 지켜보는 엄마의 가슴이 얼마나 찢어질지는 겪어보질 않고서는 모를 것입니다.

 

 근무시간 내내 착잡한 심정으로 우울해 있던 중, 문득 독립해서 따로 거주하고 있는 아들 소식이 궁금해졌습니다. 

 

  “든든한 큰아들! 잘 지내고 있니?”

  평소보다 부드러운 어투로 문자를 보냈습니다. 

  “네. 잘 먹고 잘살고 있습니다.”

 

 다행히 한가한 시간인지 즉시 답장이 왔는데 푸짐한 돼지고기를 먹고 있는 사진과 함께였습니다. 대장암과 관련이 깊은 대표적인 음식으로 적색육과 알콜이라는 건강정보를 링크해서 보낸 지 며칠 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점심을 진수성찬으로 고기 먹는 사진을 보내오니 인내력이 풀렸습니다. 건강 생각해서 고기 너무 많이 먹지 말라는 문자를 빠른 속도로 쓰다가 멈췄습니다. 이어서 심호흡을 하며 생각을 가다듬고 맛있게 잘 먹으라는 답문으로 수정해서 보냈습니다.

 

 퇴근 후 장례식장에 가는 것도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장례식장 3층에 도착해서 또 한 번 놀랐습니다. 동료 교사 아들의 바로 옆 칸 고인도 20대 청년이었습니다. 궁금함 속에서 충격이 쉽게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쪽 가족들은 불교를 믿는지 목탁 소리와 불경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젊은 청년들이 나란히 장례를 치르고 있는 3층 장례식장의 분위기는 어느 곳보다 무거웠습니다.

 

 동료 여교사는 우리를 보자마자 끌어안고 오열하며 폭풍 눈물을 쏟았습니다. 그동안은 남편이 주로 아들의 병간호를 했었지만 얼마 전부터 동료 교사가 조혈모세포 이식까지 해주면서 병간호를 하느라 몸이 반쪽이 되고 수척한 모습이었습니다. ‘아들의 마지막까지 함께 하면서 최선을 다했으니 다행’이라고 말하고는 말을 잘못한 건가 멈칫했습니다.

 

 오늘 퇴근길 뜻밖의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상대방은 꺼이꺼이 울면서 불분명한 발음으로 힘겹게 말했습니다. 몇 번을 물어서 겨우 들은 결과 아버지께서 암이 여러 곳으로 전이돼서 얼마 못 사실 것 같다는 내용이었습니다. 3일 전에 장례식장 다녀와서 아직도 얼떨떨한데 또 가까운 지인의 슬픈 소식에 가슴이 먹먹해왔습니다.

 

 어설픈 위로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고, 그렇다고 아무 말도 안 하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버벅거리면서 위로의 말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곧 후회를 했습니다. ‘이런 말 대신에 저런 말을 했어야 했나.’ 아무래도 말을 잘못한 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상대방에게 위로를 주기는커녕 상처만 안 줬어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어서 위로도 제대로 못한다는 자책이 이어졌습니다. 

  

 요즘은 온통 코로나19로 관심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팬데믹 상황으로 방심한 순간에 갑자기 소중한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위에서 암으로도 소중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나와 주위 사람들의 죽음이 무서운 것은 다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토라져서 이별을 고했다가 마음이 바뀌면 다시 볼 수 있는 이별이 아니라 아무리 그리워도 영원히 볼 수 없는 이별이기 때문입니다. 

 

 아들로부터 내일 집에 오겠다는 문자가 왔습니다. 특히 육식을 좋아해서 고기만 즐겨 먹는 아들한테 좀 더 강하게 주의 줄려고 했다가 생각을 바꿨습니다. 지난번에 잔소리를 많이 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 마음은 아들을 위해서지만 아들 입장에서는 집에만 오면 엄마·아빠의 끝없는 훈계에 머리가 아플 것 같습니다. 일단 아들 얼굴이라도 자주 보려면 이번에는 아무래도 참아야 할 것 같습니다. 말 잘하는 것까진 바라지도 않습니다. 살아갈수록 제대로 말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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