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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칼럼> 경험의 선물
 
양소빈 천곡초 행정실장   기사입력  2021/07/29 [18:11]
▲ 양소빈 천곡초 행정실장     © 울산광역매일

 크리스마스 이브엔 어김없이 커다란 선물 주머니를 머리맡에 두었다. 간밤에 산타 할아버지가 다녀가시는지 귀를 쫑긋하느라 밤새 뒤척였다. 크리스마스날 아침엔 일어나자마자 선물 주머니를 확인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선물 주머니엔 새 책이 들어 있었고 그 옆엔 과자가 가득 담긴 종합선물세트 박스가 놓여 있었다. 나에겐 책 읽으며 하루종일 달콤한 과자를 먹는 날이 크리스마스였다.

 

 초등학교 5학년을 마지막으로 학교 시험이 없다가 중학교 1학년 자유학년제를 지나고 2학년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처음으로 치른 딸 아이는 정서적으로 힘든 코로나 상황과 온라인 비대면 수업을 겪느라 전쟁과도 같았던 혹독한 학기를 겨우겨우 마무리했다. 아이는 중간고사를 친 후 엄마와 단둘이 여행을 가고 싶어 했다. 아이의 지친 심신을 위로해 주고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경주 보문단지의 호수가 보이는 호텔을 예약했다. 엄마와의 추억을 아이에게 선물해 주고 싶었다. 헤어샵 가서 머리도 바꾸고, 근사한 파스타집에 가서 맛있는 요리도 먹고, 사고 싶었던 아기자기한 용품도 사고, 호수뷰가 멋진 카페도 가고, 늦은 밤 음악 크게 틀며 드라이브도 하고, 숙소에 와서는 호텔 스파도 즐겼다. 아이는 가장 행복한 얼굴로 최고로 멋진 여행이라며 엄마에게 고마워했다.  

 

 선물은 성격에 따라 소유적 선물과 경험적 선물로 나뉜다. 소유적 선물은 말 그대로 가질 수 있는 물건을 선물하는 것이고 경험적 선물은 추억과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취향에 맞는 공연, 여행, 체험 등을 선물하는 것이다. 평소 갖고 싶었던 물건을 선물 받고 나면 처음에는 만족감이 크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낡아지고 가치를 잃어가기에 또 다른 새로운 물건을 더 소유해야만 욕구가 채워진다. 하지만 누군가와의 추억과 경험의 공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두고두고 떠올리게 되고 머릿속에 남아 긍정적 가치로 작용하여 행복감과 만족감이 더 커지게 된다. 그래서 아이에게 경험을 선물하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실천하여 색다른 체험을 함께 해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누군가에게 평생 기억에 남을 추억을 선물하는 것처럼 소중한 것이 있을까. 

 

 소유가 없는 세상이 오고 있다. 욕심 없이 함께 나누는 세상. 공유 경제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행자에게 숙박을 제공해 주는 에어비앤비는 2007년에 시작하여 현재 191개국 6천500여개 도시, 400만 지역이 등록되어 있다. 에어비앤비는 젊은 여행자들과 나이 든 집주인들을 하나로 묶어주었다. 새롭고 흥미로운 경험을 위해 여행을 하며 낯선 장소에 가서 하나가 되고 새로운 것을 배우며 그 지역 사람들과 친구가 되어 다시 한 번 그곳을 방문하고 공동체를 만드는 일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밀레니얼 세대는 나름의 공유 문화를 만들어 간다. 그들은 자신의 경험들을 SNS에 올려 감정과 느낌을 서로 나눈다. 2009년에 시작된 우버는 자동차가 있는 사람과 차가 필요한 사람을 연결해 모두가 이익을 얻는 윈윈 시스템이다. 현재 73개국 900여 곳이 넘는 도시에서 운영되고 있다. 소유가 아닌 공유 차량 이용에 훨씬 더 편리함을 느끼는 이용자들은 저렴한 금액으로 택시로 이용하기 어려웠던 외곽지역으로 이동할 수도 있고 운전자들은 어플리케이션으로 일거리를 자유롭게 고를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특히 전통적으로 소유의 개념이 강했던 집과 차가 공유의 시대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탁월함의 일상성`논문을 발표한 미국 해밀턴대학의 대니얼 챔블리스 교수는 탁월함의 본질은 평범함이라 했다. 최고의 성과는 배우거나 우연히 알게 된 수십여 개의 작은 기술이나 활동이 합쳐진 결과라고 결론을 내리면서 평범함의 위력이라 규정지었다. 아주 평범한 수많은 작은 일이 동시에 자기 역할을 할 때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 작은 일들이 특별하거나 초인적인 경지에 이를 필요는 없다. 다만 꾸준히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하면 된다고 했다. 현대경영학의 창시자 피터드러커 역시 특별한 재능, 특별한 적성, 특별한 훈련을 필요하지 않다며 능력 있는 경영자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몇 가지 일을 꾸준히 하는 능력이라 했다.

 

 어떤 일이든 매일 한다는 건 그 자체로 매우 특별하다. 노력한 만큼 성과가 안 나온다고 불평하지 말자. 욕심은 사람을 빨리 지치게 할 뿐이다. 매사 꾸준히 성실하게 임하는 태도만으로도 탁월함을 이룰 수 있다. 그렇게 한걸음씩 작지만 희망찬 발걸음을 내딛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목표에 도달해 있을지 모른다.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진정한 발견의 여정은 새로운 풍경을 발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데 있다고 했다. 새로운 눈은 나와 다른 세계에 있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연결지어주고 틀에 갇혀 완고해진 나 자신을 유연하게 해주는 마법같은 힘이 있다. 알을 깨고 나와야 비로소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듯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봐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여름방학이다. 코로나가 더욱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이지만 부디 자녀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 보자. 평범한 아이가 지닌 보이지 않던 아름다움과 탁월함을 새로운 눈으로 재발견하는 부모의 기쁨과 행복을 누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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