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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하계수 원작/이은석 편저
 
울산광역매일   기사입력  2021/08/09 [09:45]

https://www.bookk.co.kr/book/view/112969

 

며칠전에 이은석 목사님이라는 분이 책의 리뷰를 부탁했습니다. 이런 일들이 그전에도 많아서 당연히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책은 하계수 목사님이 생전에 남기신 페이스북에 올리신 490개의 묵상글과 고인을 추모하는 글들, 그리고 부록으로 장례예배때 주신 말씀과 편지 등이 실려 있는 글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책들을 리뷰하다보니 어느새 내 안에 감동보다는 렘넌트들을 위한 사명감때문에 복음적인 날카로운 시선과 관점 위주로 책 리뷰를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렇게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모처럼 주일날 예배를 마치고 말씀 정리를 위해 스타벅스를 찾았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콧물을 훔치는 통에 주변의 오해를 살뻔 했습니다. 저는 하계수 목사님을 잘 모릅니다. 책 앞의 사진을 보고 페이스북을 찾아보고 나서야, 아... 이분이구나 하며 어렴풋이 기억이 났습니다. 아마도 어느 핵심 예배때 뵌 것도 같고, 어느 캠프때 뵈었던것 같기도 합니다. 수많은 예배 중에 어느 복도에서 마주친 듯한 그런 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사를 해본 적도 없어서 아마도 그 분은 저를 모르실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복음을 알고 2013년 5월 23일부터 하루에 한권 책을 읽고 후대를 위해 복음적인 재해석을 하자고 결단하고 나서 지금까지 리뷰한 책이 3천권에 가까이 됩니다. 그래서인지 어떤 책을 읽어도 크게 감동을 받거나 하지 못한지가 꽤 된것 같습니다. 이은석 목사님이 보내주신 책은 기본적인 에디팅이나 도비라 같은 꾸밈 하나 없이 그저 한글로 작성한 A4 문서더미에 표지를 붙여놓은 것 같은 투박한 책이었습니다. 대학 도서관 사서로 20년 가까이 살아온 저로서는 세련된 맛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 볼품없는 책이 이해가 안되었습니다. 그러나 책에 대한 첫 느낌은 하계수 목사님의 깨알같은 묵상글을 읽으면서 이해가 되었습니다. 

 

갈라디아서 2장 20절에 대해서 수많은 설교를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말씀은 선포되는 모든 말씀을 제대로 따라갈 수 있는 영적 상태이기도 하지요. 리뷰를 쓰기 전에 목사님이  병에 걸리셔서 투병생활을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병에 걸리신후 그리스도를 바라보는 개인적인 묵상의 글을 기대했었습니다. 그런 글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그럴 줄 알았습니다. 스타벅스의 좁은 테이블 위에 커다란 A4 사이즐 뒤적이며 490개의 묵상글들을 읽는데 아무리 뒤져봐도 편찮으시다는 말씀이 없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내가 놓친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아무리 봐도 없는것 같습니다. 투병에 대한 정보를 찾으려고 두세번 넘기다 눈물이 납니다. 한번도 대화를 해보지 못한 하목사님은 저에게 갈라디아서 2장 20절이란 무엇인지 이 투박한 책을 통해 알려주셨습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목사님 당신은 없었습니다. 모든 것이 예배와 말씀을 위한 주제였고 글의 시작과 끝이 모두 하나의 목적으로 쓰여진 '오직'의 묵상글이었습니다. 인간적인 감동을 기대했던 제가 부끄러워졌습니다. 투병전과 투병후가 모두 같은 그리스도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투병후가 더 깊어졌다는 느낌입니다. 그것도 글에서 직접 느껴지기보다 글속에 담긴 성경말씀과 올곶은 중심에서 묵상글의 번호가 뒤로 갈수록 읽는 이의 마음과 영혼에 쌓이는 듯 합니다.

 

그렇게 많이 들어본 말씀이고 이분보다 잘 쓴 글들도 많이 읽어봤었지만 이상하게 읽다가 믿음과 소망이 생깁니다. 책에서 못본 것이 혹시 페이스북에 있을까 싶어 하목사님의 페이스북을 뒤져봤습니다. 저하고 친구가 아니시지만 이미 제 페친들이 연결되어 있어 쉽게 찾았습니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거의 없었습니다. 어쩌다 따님이 넘어져 이가 다치고 피가 났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그것도 말씀을 위한 예시였기 때문에 씌여 있었습니다. PK들을 위해 용돈을 많이 주시고 보이스 피싱인지 몰라 도와달라는 어떤 분의 전화를 끊고 밤을 새웠다는 이야기도 실려 있었습니다. 하다못해 강아지가 숨을 못쉬는데 수의사가 아무것도 하지 않자 강아지 입에 인공호흡을 한 내용도 있었습니다. 생명을 사랑하는 투박하지만 따뜻한 전도자의 이야기에 류목사님께서 이분을 왜 강하지만 부드러운 분이라 평하셨던 이유를 알게되었습니다.

 

오천록 목사님께서 발인예배 때 말씀하신 것처럼 이 분은 복음을 위해 부어진 인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얀마, 필리핀 등 오지에 찾아갈때마다 백세가 넘으신 아버지가 위험한데 가지 말라고 하셨던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목사님들이 귀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가끔 잊고 삽니다. 목사님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고 실망하는 성도들도 있습니다. 전도자를 위해 기도하라는 말을 인사말처럼 건넬때도 많습니다. 우리는 오직, 유일성, 재창조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습니다. OURS는 이번 WRC 메시지의 중요한 뼈대이며 키워드입니다. 그러나 오직이라는 말을 온 몸으로 온 인생으로 남기고 가신 하목사님의 책을 읽으며 비로소 오직이라는 말이 이성이 아니라 내 안에, 저 깊은 곳에 채워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목사님의 페이스북은 천국 가신 이후에도 누군가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목사님의 입관사진인줄 알고 유심히 본 한장의 사진에서 삶과 죽음을 초월해서 오직 그리스도의 소망을 붙잡고 평생을 살아오신 이 시대의 바울이라는 목사님의 유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관 위에는 부산대학병원에 시신을 기증하신 목사님께 의국원 일동이 감사의 글을 쓴 천으로 관을 덮은 한장의 사진이 개재되어 있었습니다. 오천록 목사님의 말씀처럼 복음을 위해 다 부어진 인생, 갈라디아서 2장 20절은 온몸으로 보여주시고 그 흔한 개인적인 감정의 말도 남기지 않은채 묵직한 감동으로 이 미련한 장로에게 본을 보여주신 목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생전에 뵈었다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녀분들의 소망처럼 나중에 천국에서 뵙기를 소망합니다. 

 

P.S 현란하고 예쁜 책도 잘 읽지 않는 렘넌트들에게

 

사람을 겉으로만 보면 안되는 것처럼 책도 겉으로만 봐서는 안됩니다. 아름다운 표지와 멋진 편집으로 우리의 눈을 유혹하는 책에 마음을 빼앗길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인간적인 감정에 호소해 눈물을 흘리다 마음을 줄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책처럼 투박하지만 진심이 담긴 글을 분별할 수 있는 눈이 필요합니다. 이 책을 렘넌트들에게 추천합니다. 

[출처] 2021년 8월 9일 오늘의 책 : [오늘의 묵상] 하계수 원작/이은석 편저 (문헌정보팀 WE) | 작성자 문헌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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