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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회> 낙엽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21/12/05 [17:28]

나뭇가지에 매달려야 하는 것은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보이는 것들이 

보고 있는 것들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었다

 

꽃피는 시절이 가고 반딧불만한 언약이 몸 불려가던

계절이 지나고

태양이 식어가는 가을 어느 날

아득한 곳에서 

거부하는 몸짓으로 나뭇잎은 떨어졌다

 

세상의 모퉁이에서 후회 없이 살다가 미련 없이 떠나가는 낙엽은 없다

한 생을 온전하게 

살다간다는 것은 

한 사람을 죽도록 생각하는 일이다

 

이 시간에도 어딘가에서 소리 없이 낙엽은 진다

숲은 있어도 기댈 나무가 없고 

나무는 있어도 

함께 떨어지겠다는 나뭇잎은 없다

 

낙엽은 생을 접으면서 

눈물을 보이지 않아도 눈부시게 푸르던 잎은 

쓸쓸히 살다가 쓸쓸히 떠나간다

 


 

 

▲ 정성수 시인     © 울산광역매일

가을은 사람들의 마음을 허전하게 만든다. 한 여름 동안 푸른 윤기를 내뿜다가 서서히 붉어지거나 노랗게 물든 낙엽들은 즐거움과 기쁨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소슬바람에 빈 나뭇가지를 보면 처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떨어진 낙엽들은 말이 없다. 떨어진 낙엽을 보며 사람에 따라 낙엽을 보면서 여러 상념에 잠기겠지만 슬프다는 생각 자체가 슬픈 것이다. 낙엽을 밟는 사람들은 나이에 따라, 상황에 따라 느낌이 다를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발밑에서 나는 소리는 자기들의 사랑에 추임새를 넣어 준다고 생각할 수 있고 노인들은 가야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떨어진 낙엽은 기쁨도 슬픔도 나타내지 않는다. 다만 자연의 흐름에 순응할 뿐이다. 나는 낙엽을 좋아 한다. 보도 위에 떨어진 노란 은행잎을 좋아하고 나뭇가지에 남은 몇 잎의 마른 나뭇잎이 좋다. 카펫을 깔아 놓은 듯 부드럽고 색깔 좋은 낙엽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가을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구루몽의 시 `낙엽落葉`을 읊고 이브 몽땅의 샹송 `고엽枯葉`을 들으면 헐벗은 나무 가지들이 간간한 바람에 손짓을 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뒤따라오는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라`는 시구가 꼭 슬픈 것만은 아니다. 낙엽이 뒹구는 길을 걷는 일은 가을이 준 선물이고 행운이다. 우수수 낙엽이 진다할 지라도 삶의 끈만은 단단히 쥐어야 한다. 낙엽에는 수많은 사연들이 첫사랑처럼 묻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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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12/05 [17:28]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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