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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흐르는 아침> 겹
 
나온동희 시인   기사입력  2021/12/07 [17:32]

연꽃이 드문드문 켜진 불빛 같다고

누군가 말했을 때였다

익숙한 것은 낯설어지고

낯선 것이 지루해지는

한 생각에서 벗어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쏟아지는 빗줄기 사실은

슬픔 사이로 달려들었으나

젖지 않았으므로

더욱 붉어졌으므로 저마다

선잎 사이로 흘렀다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꽃을 좋아하나 서어나무

긴 이파리 하나가 무량수전 뒤 큰 산을 안 듯

연꽃 아닌 것들이 바닥에서

마디를 짓고 뿌리를 내린다

깊고 다정한 내일도 텅 비었으나

슬픔은 아직 내 안에 여러 겹이다

 


 

 

▲ 나온동희 시인     © 울산광역매일

<시작노트>

 

요즘은 북천수 소나무 숲길을 맨발로 걷거나

무를 키우는 무청의 빛이 더욱 짙어지는 것을 보며 지냅니다

나무가 만드는 그늘이거나 바람이거나 별과 햇살처럼 무용한 것들은

한숨의 미풍에 날아가는 굳고 빛나는 맹세가 아니어서*

언제나 변하지 않아서

삶에 큰 힘과 위안을 줍니다

이 위안과 힘으로 책을 읽고 시를 쓰고 잘 살아갑니다

이제 무엇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나온동희

 

 

서울출생

2012년 진주가을문예 당선

시집: 당신의 벽에는 원래 시계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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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12/07 [17:32]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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