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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생색내기’ 연말 이웃돕기 안 된다
 
울산광역매일   기사입력  2021/12/07 [17:51]

 엄중한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연말 불우 이웃돕기에 나서고 있다. 감염병으로 몸과 마음이 꽁꽁 얼어붙은 상태임에도 이런 이타 정신이 발휘되고 있다는 것은 아직도 우리사회가 그런대로 살만한 곳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주는 쪽이나 받는 쪽 모두, 삶을 뜻 있게 하기 위한 일인 만큼 이런 모습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좋다. 하지만 이런 자선행위가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생색내기, 얼굴 알리기 심지어 세제(稅制) 혜택을 노리는 경우까지 있는 게 사실이다. 불우한 이웃들을 돕는다며 생색용 잔치 상을 벌여놓고 오히려 자신들이 잔치를 즐기는 꼴이다. 마음을 비우고 정성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연말 이웃돕기도 이제 구태의연함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무엇보다 드러난 곳에만 기부행위가 집중되는 것이 큰 문제다. 일부 복지시설에만 기부금품이 몰리고 알려지지 않은 개인이나 단체에게는 돌아가는 것이 거의 없다. 기부자들은 자선ㆍ기부금품이 불우 이웃들에게 골고루 배분될 것으로 알지만 실제로 그렇지 못한 경우가 수두룩하다. 또 자선 행위자와 전달자가 서로 달라 그 과정에서 비리가 생기고 효율성이 떨어진다. 꼭 필요한 곳에 쓰라고 전달한 기부금품이 전달기관이나 전달자의 임의에 따라 배분되고 있으니 연말 이웃돕기도 빈익빈 부익부 일 수밖에 없다. 일부 공공기관이나 복지시설들이 던져주듯 기부금품을 전달하며 사진 찍기에 몰두하기 때문이다.

 

 이런 기부행위가 지나치게 연말에 몰려 있는 것도 문제다. 굳이 연말연시에만 이런 자선행위가 펼쳐져야 할 이유는 없다. A 기업이 5월에 자선행사를 실시하면 B 시민단체는 추석에 실시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건 어떤가. 굳이 연말에 몰려 이웃돕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또 이런 시혜(施惠)성 행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독거노인들은 자선ㆍ기부금품을 한 아름 안겨주는 것 보다 "누군가 매일 같이 찾아오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노인들에게는 연말에만 몰려오는 사람들보다 평소에 자주 찾아주는 사람들이 더 소중할 것이다. 특정 시기에 몰려와 물품만 잔뜩 전달하면 이웃돕기를 다 한 것으로 착각하는 풍조부터 개선돼야 하는 이유다. 

 

 자선ㆍ기부자들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도움을 받는 쪽에 마치 시혜(施惠)라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잘못이다. 주는 쪽은 단상(壇上)에 앉아 있고 받는 쪽은 단하(壇下)에 서 있다면 그건 `수여`하는 것이지 결코 돕기가 아니다, 지금처럼 특정한 시기에 `물건 주는 것`에만 몰입하다 보면 연말 이웃돕기가 한 번의 생색용 행사로 끝날 수밖에 없다. 연말 이웃돕기가 진정성과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새로운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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