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북구 연암중 학부모회 회장 이영철     © 울산광역매일

 친구 사귀기가 어렵다고 말하는 학생은 어려서부터 낯을 가리고 내성적이며 조용하다는 말을 듣고 자란 경우가 많다. 걱정과 겁이 많고, 쉽게 긴장해서 잘 놀라거나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 학생도 친구 사귀기를 어려워할 수 있다.

 새 학기 같은 반에 아는 친구가 없으면 주변 학생과 어울리지 않거나, 집에서는 말을 잘하지만, 학교에서는 작은 소리로 짧은 대화만 하는 아이도 있다. 방학이 끝나고 오랜만에 학교에 가면 두통, 복통을 호소하며 등교거부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성향의 학생은 겁이 많아 기본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 이럴 때 친구를 왜 어려워해 라며 설득하거나 혼내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안 보면 안 볼수록 두려워지고, 반대로 만나면 만날수록 두려움은 줄어든다. 이런 방법을 `노출 치료`라고 하며 두려운 것에 다가가기, 직면하기, 도전하기로 이에 대처할 수 있다. 겁이 많은 성향의 자녀에게 갑작스러운 강한 도전은 고통일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씩 천천히 도전할수록 자녀가 두려움을 극복할 확률이 높아진다.

 부모가 도와줄 수 있는 방법으로는 낯선 사람을 만나 대화하는 연습하기 예를 들면 마트, 시장에서 물건구입 등 자녀와 함께 사람이 많은 장소로 외출하기, 친한 친구가 있다면 친구와 외출하도록 격려하기, 운동이나 취미 학원을 통해 또래 친구를 사귈 기회 만들기, 담임선생님과 의논하기, 집에서 거울 보며 용기 내서 말하기를 연습해보기 등이 있다.

 낯을 가리고 친구 사귀기가 어려운 것을 넘어 또래 친구를 무서워하는 경우가 있다. 이전에 또래 친구에게 심한 괴롭힘과 놀림을 당했다면 또 괴롭힘을 당하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에 학교에 가는 것을 굉장히 두려워한다. 부모 입장에서도 자녀가 또 괴롭힘을 당할까 염려될 수도 있다.

 괴롭힘이나 따돌림을 당한 이유가 무엇이든 심한 괴롭힘을 당한 학생은 자신의 어려움을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생활이나 친구관계에 어려움이 있어도 도움을 청하지 못하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마음에 상처가 있는 아이에게 힘들어도 학교에 가서 참고 견디라는 식의 노출은 위험하다. 더욱이 문제를 숨기다가 악화시킬 수도 있다. 힘든 일이 있으면 말을 해 왜 말을 안해 라고 다그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힘든 문제가 생기면 부모가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으며, 힘든 표현을 외면하지 않고 배려해줄 것이라는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줄 것이라는 확신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진지하게 자녀의 어려움을 들어줄 마음의 준비, 부모 입장에는 어리석어 보이는 생각을 해도 비난하거나 지적하지 않고 자녀의 입장을 존중해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부모, 자녀 관계가 형성된다면 자녀도 부모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자녀와 매일 경험을 공유하는 대화시간을 가지면 부모에게 어려움을 표현하는데 효과적이다. 오늘 무슨 일 있었어 라며 친구끼리 대화하듯 서로의 하루를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가족 간의 대화시간을 통해 악화될 문제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으며 친구를 보는 눈을 키우고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쉽게 짜증, 화를 내거나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어주지 않고, 놀림과 장난이 심하고, 선생님의 지도를 잘 따르지 않는 등의 증상을 보이면서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는 아이는 학교에서도 또래 갈등을 유발할 수 있기에 학교 선생님과 협력하여 초기에 적극적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집에서도 어느 정도 허용과 단호함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집에서는 허용적인데 학교에서만 단호하면, 점차 학교에 가기 싫어하고, 부모를 대하는 활동이 더욱 나빠질 수 있다. 사랑스러운 내 아이 말을 잘 들어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일관성, 단호함 등의 합리적인 조치도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