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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흐르는 아침> 어느 날 강가에서
 
이영춘 시인   기사입력  2022/05/26 [17:56]

저 강물에도 욕심이란 게 있을까

무엇이든 버리고서야 가벼워지는 몸,

가벼워져 흐를 수 있는 몸,

 

나는 하늘처럼 호수를 다 마시고도 늘 배가 고프다

셀로판지처럼 반짝이는 물결무늬 끝자락에 눈을 맞추고

오래오래 강가를 서성거린다

 

어쩌면 저 물결무늬는 이 세상을 버리고 떠난 이의 눈물이거나

밤에도 잠들지 못하는 어느 별의 반쪽이거나

오랜 침묵이 눈 뜨고 일어서는 발자국 소리 같은 것,

 

나는 오늘도 싯다르타처럼 강가에 앉아

돌아올 수 없는 그 누군가를, 그 무엇인가를 기다린다

 

물결무늬 결 따라 강 하류에 이르면

누대에 세우지 못한 집 한 채 세우듯

조약돌 울음소리 가득 차 흐르는 강변에서

나는 싯다르타처럼 혼자 가는 법을 배운다

 

바라문을 뛰쳐나온 그의 황량한 발자국에 꾹꾹 찍힌

화인 같은,

세상 그림자를 지우며 가는 법을 배운다                      

 

 


 

 

▲ 이영춘 시인     © 울산광역매일

<시작노트>

 

호반의 도시 춘천, 나는 매일 호수길을 걷는다. 흐르는 물과 함께 걷는다. 물은 늘 말없이 흘러간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저 강물에도 욕심이라는 게 있을까? 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물론 없다. 없기 때문에 인간의 탐욕과 욕망 같은 것을 역설적으로 비유해 본 것이다. 그 욕심은 결국, 인간인 나라는 존재 양식의 욕심일 것이다. 성인聖人은 못 되더라도 그 욕심을 조금이라도 버릴 수 있기를 바라는 수양의 덕목으로 빚어진 시다. 욕심이란 결국 나 자신을 괴롭히는 중추신경의 한 핵임으로.

 

 

 

이영춘

 

 

평창봉평출생. 1976년 『월간문학』등단. 

시집:「시시포스의 돌」집:「노자의 무덤을 가다」「따뜻한 편지」「봉평 장날 」「오늘은 같은 길을 세 번 건넜다」「그 뼈가 아파서 울었다」외 다수.

수상: 고산문학대상, 유심작품상, 천상병구천문학대상. 김삿갓문학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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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05/26 [17:56]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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