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강물에도 욕심이란 게 있을까
무엇이든 버리고서야 가벼워지는 몸,
가벼워져 흐를 수 있는 몸,
나는 하늘처럼 호수를 다 마시고도 늘 배가 고프다
셀로판지처럼 반짝이는 물결무늬 끝자락에 눈을 맞추고
오래오래 강가를 서성거린다
어쩌면 저 물결무늬는 이 세상을 버리고 떠난 이의 눈물이거나
밤에도 잠들지 못하는 어느 별의 반쪽이거나
오랜 침묵이 눈 뜨고 일어서는 발자국 소리 같은 것,
나는 오늘도 싯다르타처럼 강가에 앉아
돌아올 수 없는 그 누군가를, 그 무엇인가를 기다린다
물결무늬 결 따라 강 하류에 이르면
누대에 세우지 못한 집 한 채 세우듯
조약돌 울음소리 가득 차 흐르는 강변에서
나는 싯다르타처럼 혼자 가는 법을 배운다
바라문을 뛰쳐나온 그의 황량한 발자국에 꾹꾹 찍힌
화인 같은,
세상 그림자를 지우며 가는 법을 배운다
<시작노트>
호반의 도시 춘천, 나는 매일 호수길을 걷는다. 흐르는 물과 함께 걷는다. 물은 늘 말없이 흘러간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저 강물에도 욕심이라는 게 있을까? 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물론 없다. 없기 때문에 인간의 탐욕과 욕망 같은 것을 역설적으로 비유해 본 것이다. 그 욕심은 결국, 인간인 나라는 존재 양식의 욕심일 것이다. 성인聖人은 못 되더라도 그 욕심을 조금이라도 버릴 수 있기를 바라는 수양의 덕목으로 빚어진 시다. 욕심이란 결국 나 자신을 괴롭히는 중추신경의 한 핵임으로.
이영춘
평창봉평출생. 1976년 『월간문학』등단.
시집:「시시포스의 돌」집:「노자의 무덤을 가다」「따뜻한 편지」「봉평 장날 」「오늘은 같은 길을 세 번 건넜다」「그 뼈가 아파서 울었다」외 다수.
수상: 고산문학대상, 유심작품상, 천상병구천문학대상. 김삿갓문학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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