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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 에세이> 임종과 실종 사이
 
임일태 전 한국해양대 겸임교수   기사입력  2022/11/28 [17:07]
▲ 임일태 전 한국해양대 겸임교수     © 울산광역매일

 나는 지금 녀석의 최후를 보고 있다. 고양이의 임종을 지키는 한 인간이 나라는 것이 기가 막힌다.

 

 텃밭 수돗가 시멘트 바닥에 누워있던 고양이는 내가 다가가자 인기척을 느끼고 눈을 부릅뜨고 노려본다. 더 가까이 오면 도망가려는 기색이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자 일어서려다 엎어진다. 몇 번을 빠르게 일어서기를 시도해보지만 되지 않는 모양이다. 일어서려다 넘어지기 동작을 빠르게 진행하면 마치 비보이가 등을 바닥에 대고 돌고 있다. 그 반동으로 일어서려고 시도해도 이내 엎어진다. 가만히 있을 때도 2~3초 간격으로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공포에 질려있다. 내가 더 가까이 가자 공포에 질린 눈으로 빤히 쳐다보며 도망가려고 몸을 돌려보지만 계속 넘어지는 고양이, 경련인지 공포인지 몸은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다. 나를 저승사자나 염라대왕쯤으로 알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녀석은 퇴비장에 음식물 찌꺼기를 버릴 때면 살며시 찾아와서 아주 힘없이 야옹 하고 살짝 웃고는 살금살금 눈치를 보다가 음식 찌꺼기를 골라 먹는다. 먹을 때조차 눈을 힐끔거리며 눈치를 많이 살핀다. 내가 손을 약간만 움직이거나 기침이라도 하면 도망갈 자세를 취하고 빤히 쳐다본다. 그럴 땐 오히려 내가 미안해서 다른 곳으로 피하면 그때 야금야금 먹는 녀석이다. 

 

 녀석과 나와의 인연은 일 년이 넘었다. 아마 내 생각으로는 일 년 반쯤 전, 텃밭 컨테이너 아래에서 출산한 새끼고양이 네 마리 중에 한 녀석이지 싶다. 다른 놈은 더 좋은 곳으로 가고 혼자 남지 않았나 짐작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 집 음식물 쓰레기로는 혼자 먹기도 부족한 양이지만 게으른 녀석은 다른 일은 하지 않을 것 같다. 나는 그 고양이는 모험심도 없고 나약하기 이를 때 없이 비굴하기만 하다고 생각을 해 온 터였다.

 

 왜 하필이면 수돗가에 누워있을까? 어제까지만 해도 건강했는데. 누군가가 독약을 먹인 것이 아닐까? 우리 집 음식 찌꺼기에 독이 들어 있었을까? 원인은 알 수가 없지만, 꼭 숨을 거둘 것 같다는 예감이었다. 숨이 넘어가는 순간 목이 너무 말라 물 한 모금이라도 마시고 편안하게 저세상으로 떠나가고 싶은 것일까? 아버지는 마지막 숨을 거두기 전에 누나에게 뱃머리 밥 지으라고 하지 않았던가. 수도꼭지를 틀어 물이라도 주고 싶지만, 놀라서 질겁을 하는 녀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다. 주방에서 물을 한 바가지 떠서 천천히 물을 보여주면서 다가갔지만, 녀석은 사력을 다해 몸을 돌린다, 등을 시멘트 바닥에 대고 네 다리를 들고 빠르게 한참을 돌리다 일어서서 도망친다. 오십 센티 정도 가서 꼬꾸라진 녀석의 머리에 물을 부어 주었다. 마지막 가는 길에 물이라도 한 잔 주고 싶은 것이 녀석의 임종에 내가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에 어렴풋이 본 할아버지의 임종이 생각나고, 아버지의 임종을 나와 나의 형제가 지키던 때가 생각났다. 임종을 지킨다는 일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삶이, 이승이, 저승이, 생명이란 것이…. 生은 구름 한 점 생성됨이요 死는 구름 한 점 흩어짐이라는 어느 스님의 글이 생각나고, 죽음은 한 여름밤의 서늘함처럼 찾아온다는 말이 생각났다. 어떤 의미에서 인간의 죽음과 동물의 죽음이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 고양이 임종을 보기 위해 밤을 새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내일 일찍 와서 땅을 파고 묻어주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다음날 삽과 마대를 들고 그곳으로 갔다. 미리 보아두었던 장소에다 마대로 싸서 묻을 참이다. 분명히 있어야 할 고양이는 보이질 않는다. 아마 죽는 순간 누구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몸을 숨겼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변의 구석구석을 들추어 보고 움막의 아래도 막대기로 찔러 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다. 

 

 죽지 않고 자연 치유되어 떠났나 싶기도 하다. 퇴비장에 생선도 그대로 있다. 만약 살아있다면 다른 곳으로 갈 용기도 없는 녀석이 아닌가. 어디로 갔을까? 

 

 벌써 일주일이나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녀석의 임종인지 아니면 실종인지를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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