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약품 복용도 똑똑하게!
만성질환을 앓는 경우 적어도 질환당 한 가지 이상의 약을 계속 복용하게 된다. 여기에 또 다른 증상이 나타나면 추가로 더 많은 약을 복용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환자 중 10% 이상이 5가지 이상의 약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용하는 약이 많을수록 의약품 복용과 관련한 문제가 많아질 수 있으므로 주의사항을 알아보자.
약 복용과 관련해 다양한 연구와 의견이 있지만 보통 5개 이상의 약을 복용할 때 여러 가지 약을 복용한다고 표현한다. 5개 이상의 약을 복용할 때 약물 간 상호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지기 때문이다. 만성질환이나 두 가지 이상의 질환이 있는 경우에 여러 가지 약을 복용하게 되며, 특히 고혈압, 심방세동과 관련 있는 질환에서 복용하는 약이 많다. 또 나이가 들수록 복용하는 약이 많아지며 두 명 이상의 의사에게서 진료와 처방을 받는 경우, 정신과용 약과 진통제 처방을 받는 경우에도 여러 가지 약을 복용하게 된다. 다양한 원인에 따라 약의 개수가 늘다 보니 관련 문제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여러 가지 약품 사용의 위험 요소
첫째, 복용하는 약품 간 상호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지혈증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는 환자가 상기도 감염 등으로 일부 항생제 치료를 받는 경우, 항혈소판제 투여 환자가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는 경우, 수면제를 복용 중인 환자가 무좀 치료를 받는 경우 등 기존에 복용하던 약품과 새로 처방받는 약품을 같이 사용하면 안 되는 경우의 수가 다양하게 발생할 수 있다. 이를 피해서 처방한다고 해도 복용하고 있는 약품의 효과나 부작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호작용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둘째, 약의 복용 방법이 복잡해지는 경우이다. 약이 많고 복잡할 경우 복용을 잊고 건너뛰거나 잘못 복용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만성질환자는 약 복용을 소홀히 하면 질병이 악화할 위험을 항상 가지고 있으므로 약을 가장 간결하고 편하게 복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셋째, 약과 관련한 질병의 악화 가능성이다. 예를 들어 새로운 질환이 발생해 당뇨 환자에게 혈당을 올릴 수 있는 약품을 사용하거나 고혈압 환자에게 혈압을 높일 가능성이 있는 약품을 사용할 경우, 새로운 질환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기존 질환이 악화할 위험성이 있다. 추가로 약품 사용량이 많아지면 국가의 전체 약품비가 올라가고 부작용과 관련한 의료비용이 증가하거나 개인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약품 관련 문제 사례
첫째, 같은 효능의 약품을 중복하여 사용하는 문제이다. 예를 들어 신경통으로 진통소염제를 복용하고 있는 환자가 감기약을 처방받았을때, 동일하게 작용하는 진통소염제를 중복해 복용하는 일 등이 흔하게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과량 복용에 따른 약품 부작용이 문제가 된다.
둘째, 위 경우와 반대로 치료나 시술로 일시적으로 중단했던 약품을 다시 복용하지 않는 경우이다. 반드시 복용해야 하는 항혈소판제나 항응고제를 시술 전에 일시적으로 중단했다가 시술 후 다시 복용하지 않으면 환자의 질환이 악화해 매우 위험해질 수 있다. 복용 방법이 간단하다면 환자도 바로 인지할 수 있으나 약이 많고 복잡한 경우 중요한 약품 누락을 환자와 의료진 모두 인지하지 못하여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셋째, 잘못된 용법과 용량, 또는 잘못된 약품을 복용하는 경우이다. 복용하는 약이 많고 복잡할수록 복용하는 모든 약품의 효능과 사용법을 파악하기 어렵고, 약이 이전과 다르게 처방돼도 알아차리기 어렵다. 중요한 약품의 잘못된 사용은 질병 악화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올바른 약품 복용을 위해 해야 할 일
첫째, 복용하는 약에 대해 아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추가적인 질병으로 약을 더 복용해야 한다면 기존에 복용하던 약품과 새로 복용할 약품을 처방받은 시간순으로 정리한 뒤 전체 약 처방 목록을 가지고 의사나 약사와 상담받길 권장한다. 특히 세 곳 이상의 병원에서 처방을 받는 경우에도 약국은 되도록 한 곳을 지정해 복용하는 모든 약 가운데 문제점은 없는지, 서로 겹치는 약은 없는지 확인한다. 처방약 이외에 먹고 있는 건강기능식품이나 비타민도 같이 포함해 정리 후 한곳에서 상담받는 것이 좋다.
둘째, 진료 후 처방이 변경되었다면 왜 약이 바뀌었는지, 계속 먹어야 하는지 아니면 일시적으로 복용하는 약인지, 일시적이라면 언제까지 복용하는지를 확인하고 새로운 약의 효과, 주의사항, 복용법 등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이 좋다. 또 다음 진료일을 확인하고 그때까지 지속해서 복용하는 약인지도 확인하자. 만성질환 약을 처방받는 병원이나 의사가 바뀐 경우, 무조건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 대신 이전 처방과 내용이 같은지, 변경된 약품은 없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만성질환은 약품이 추가, 변경될 수는 있어도 약을 끊는 경우는 드물다.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약의 변경 사항은 꼭 그 사유를 확인해야 한다.
셋째, 약이 많아질수록 기억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약을 잘 먹을 수 있는 다양한 도구를 활용하길 권장한다. 한 번 먹을 분량을 담아두어 잊지 않고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약통, 약 복용 시간 알람, 식구들 도움까지 여러 방법을 이용해 잊지 않고 약을 먹을 수 있는 안전장치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글 정경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용인세브란스병원 약제팀장
한국건강관리협회 2022년 건강소식 12월호에서 발췌
(자료제공 : 한국건강관리협회 울산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