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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회> 새해 첫날, 토끼와 함께
 
하 송 시인   기사입력  2023/01/03 [17:19]
▲ 하 송 시인     © 울산광역매일

 올해 첫날 산에 갔습니다. 한 달여 만이었습니다. 얼마 전에 내렸던 눈이 녹지 않은 채 수북하게 쌓여있었습니다. 워낙 많은 등산객의 발길로 등산로가 다져져서 반짝반짝 빛났습니다. 급하게 배낭에서 아이젠을 꺼내서 등산화에 착용했습니다.

 

 눈이 돌계단을 채워서 경사진 산길이 마치 눈썰매장처럼 보였습니다. 이 눈길을 등산화도 아닌 운동화로 가볍게 온 사람들이 제법 보였는데 대부분 젊었습니다.

 

 산행하는 동안 마음이 불안했습니다. 겨울 산에 처음 오느라 준비 물품을 모를 수 있습니다. 이번을 계기로 다음 겨울 산행부터는 철저히 준비해서 안전하게 왔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습니다.

 

 아이젠을 착용하고도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발에 힘을 주고 걷느라 발걸음이 무거웠습니다. 다리도 뻐근하게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앉아서 잠시 쉬려고 해도 의자를 미리 점령한 눈 때문에 쉴 곳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매서운 바람이 볼을 때리고 등에는 땀이 촉촉하게 배어났습니다. 갈증이 나서 차가운 물을 마시니 간담까지 서늘해지며 온몸이 얼어붙는 듯했습니다. `따뜻한 집을 놔두고 새해 첫날부터 이게 무슨 고생인가?`하는 생각이 절로 났습니다. 

 

 전망대에 도착할 때는 기진맥진해졌습니다. 물을 한 모금 먹고 한참을 쉰 뒤에 힘을 내서 하산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산 때는 길이 더 미끄러워서 다리에 힘을 더 꽉 줘야했습니다. 젊은 남자애들 여러 팀이 아예 앉아서 썰매 타듯이 미끄러져 내려갔습니다. 

 

 자꾸 미끄러워서 넘어지니까 고육지책으로 택한 방법인 것 같은데 지혜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두 제발 무사히 집에 돌아가기를 바라는 기도가 절로 나왔습니다.

 

 "어머, 토끼다!"

 

 나도 모르게 토끼에게 다가가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토끼가 눈이 소복하게 쌓인 화단에서 삐쭉 한 가지 나온 초록 잎을 따먹고 있었습니다. 흰색하고 검은색 두 마리였습니다. 사람들이 하나둘 대원사 화단으로 모여들었습니다. 모두 스마트 폰 카메라를 꺼냈습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고 동영상을 촬영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신기해서 토끼 눈으로 토끼를 바라보는 모습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습니다.

 

 이때 한 스님이 가까이 다가오셨습니다. `귀여워!`를 연발하며 바라보고 있는 우리에게 말을 걸으셨습니다.

 

 "어떤 토끼가 남자일까요?"

 그러자 어떤 남자분이 순발력있게 대답했습니다.

 "흰색이요."

 스님이 깜짝 놀라며 물었습니다.

 "어떻게 아셨어요?"

 그 남자분은 쑥스러워하며 대답했습니다.

 "눈치로요."

 모두 유쾌하게 웃는 가운데 스님께서도 웃으시며 칭찬까지 덧붙이셨습니다.

 "하하하. 대단하신데요!"

 

 친절하신 스님이 말을 이었습니다. 현재 절에 토끼 다섯 마리가 있다고 했습니다. 작년 가을에 토끼가 찾아와서 지내기 시작했는데 겨울엔 사료를 주면서 돌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스님 이야기에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화단에서 나뭇잎 따먹는 토끼를 보며 배고파서인지 알고 가슴이 철렁했는데 마음이 놓였습니다. 이 녀석들은 간식을 먹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니면 싱싱한 채소가 생각났을 수도 있습니다. 

 

 대원사 스님들께서 부처님의 자비와 사랑을 실천하고 계시는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스님들의 사랑과 보살핌 속에서 윤기가 흐르고 건강한 모습으로 자라는 토끼들의 모습이 더욱 예쁘게 보였습니다. 

 

 올해 2023년은 육십갑자(甲子)로 사십 번째인 계묘년(癸卯年)입니다. `띠`로는 토끼해입니다. 그중에서도 검은 토끼해입니다. 토끼해 첫날 토끼를 만난 것입니다.

 

 토끼는 귀여운 모습으로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사람을 해치지 않고 순해서도 참 좋습니다. 토끼띠는 천성이 착하고 겸손하면서 지혜롭고 감수성이 뛰어나고 예술성이 강하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올해 태어나는 아기들은 특히 복 받은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토끼해에 태어나는 아기라는 생각만으로도 더욱 사랑스러운 느낌이 듭니다. 토끼처럼 귀엽고 예쁜 아기들의 건강한 울음소리가 전국 방방곡곡에서 울려 퍼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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