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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공짜의 유혹
 
이영철 울산교육청 교육기자단   기사입력  2023/01/29 [17:10]
▲ 이영철 울산교육청 교육기자단     © 울산광역매일

 대학을 졸업하고 내 인생의 인생 2막 직장생활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특히, 생각지도 못한 공짜의 유혹에 빠져 혼란과 갈등을 거듭하였다. 신입직원인 내게 처음 맡겨진 업무는 건설 현장의 공무였다. 공무는 주로 건설 현장에서 공사 진척도에 따라 공사 업체에 기성을 주는 업무를 처리한다. 처음엔 현장 진행 상황에 따라 기성을 주면 되겠지 선임의 업무지시에 따르면 되겠거니 생각했으나, 현실은 너무나 달랐다. 

 

 어느 날 공사 공종별로 업체에서 투입된 재료비, 노무비 경비를 현장을 둘러보고 직접 확인 후 사무실에서 자료를 정리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골조업체 사장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기성을 조금 더 달라는 것이었다. 현장에서 둘러본 대로 줄 수밖에 없다고 하자 내가 잘못 계산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음 날 같이 현장을 둘러보자고 했다. 같이 현장을 둘러보니 내가 10% 정도 더 많이 기성을 준 셈이었다. 

 

 그 부분을 설명하고 "이 부분을 지금 빼버리게 되면 1억 정도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골조업체 사장님은 자식 뻘 밖에 되지 않은 나에게 애걸하듯 부탁하 셨다. 그러면서 없었던 일로 해달라며 봉투 하나를 꺼내어 내 주머니에 밀어 넣었다. 

 

 돈 일 것이란 생각에 몸 둘 바를 몰랐으나 다른 한편 보는 사람도 없는데 눈감아 드릴까 공돈으로 나도 즐기고 상부상조 아닌가 하는 옹졸한 생각이 내 머리를 엄습했고, 새까맣게 그을린 골조업체 사장님의 주름살과 평생 농사일만 해오신 아버지 모습까지 교차되며 갈등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이 직장이 어떻게 해서 들어온 직장인가 불철주야 책과 씨름한 지난날들이 떠오르며 나는 냉정을 되찾았다. 이러시면 안 됩니다. 이 돈 받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확인된 물량으로 기성을 정정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골조업체 사장님은 아무런 말씀도 못하시고 내 눈치만 살피셨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내내 골조업체 사장님의 모습이 아른거려 울적함을 가눌 길 없었으나 내 인생에 첫 유혹을 이겨낸 자긍심으로 마음 한쪽은 잔잔히 미소를 드리우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다른 건설 현장으로 발령 받아 갔다. 공사 진행 공정회의를 마치고 토목공사 부분 업체 사장님과 저녁 식사를 함께하게 되었다. 한 잔 두 잔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 우리는 취기가 올랐고 헤어질 무렵, 토목업체 사장님이 평상시 업무 관계에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다면서 얼마 되지 않습니다. 직원들과 회식 한번 하세요 하면서 봉투 하나를 주머니에 밀어 넣었다. 알코올 기운 때문에 순간 돈일 거란 직감을 했으나 주저함도 없이 받아 버렸다. 집으로 돌아와 술 취한 기운으로 신권 50만원을 만지작거리면서 술자리에서 오고 갔던 이야기들을 하나둘 돌이켜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특별히 도와 달라는 부탁도 없었고, 돈 봉투는 이미 내 손에 있고 받은 걸 돌려 주려니 더 이상할 것 같고 설마 무슨 일 있겠어 술기운을 가장한 탐욕이 내 마음속에서 강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일단 나만의 공간 책 속에 숨겨두기로 했다. 

 

 하지만 그날 이후 50만원 봉투가 눈에 아른거려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청렴을 저버리고 산다는 건 정말 어렵구나 고심 끝에 돌려주기로 맘을 먹고 토목업체 사장님에게 전화를 걸어 그를 찾았다. 지난번에 제가 경솔했어 그만 결례를 저질렀네요 하고 봉투를 쑥스럽게 건넸다. 괜찮다며 극구 만류했지만 나의 고집에 못 이겨 토목업체 사장님은 제가 오히려 결례를 범했습니다 하면서 되돌려 받았다. 

 

 돈을 준 사람, 받은 사람 모두가 부자연스럽고 황망하기 그지없는 상황이 연출되어 버렸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 사정이 어려워 그 사장님은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너무나 안타까움에 나는 전화를 걸어 "사장님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하시죠"라며 제안을 했다. 나의 제의를 흔쾌히 받아 주었고 지난번 받은 50만 원의 봉투를 안주 삼아 직장인의 애환과 신세 한탄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이어갔다. 

 

 헤어질 무렵 50만원의 봉투 사건을 만회라도 하려는 듯 취기 가득한 나의 손은 이번 식대 결제를 위한 계산서를 꼭 쥐고 있었다. 서로의 인간미에 매력을 느끼며, 요즘은 업무 관계가 아닌 사회 선후배로서 그 분과 연락하고 있다. 만약 그 봉투 50만원에 내 양심을 팔았다면 지금의 인간관계가 유지될 수 있을까. 행여나 어려워진 업체 분위기에 휘말려 구설수에 오르내리지는 않았을까 뒤늦게나마 주인을 찾아간 50만원의 돈 봉투가 새삼 고맙게 느껴졌다. 

 

 아무리 능력 있는 공직자라도 청렴하지 못하면 직장, 가족, 행복 모두를 잃게 된다. 왜 청렴하게 살아야 하는지 두말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우리 모두가 뉴스 속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며 공직에 눈멀지 않고 항상 청렴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청렴하지 못한 공직자의 말로를 항상 머릿속에 기억해 두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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