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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회> 오오, 튀르키예여
 
하 송 시인   기사입력  2023/02/14 [17:30]
▲ 하 송 시인     © 울산광역매일

 아기가 태어난 지 10일이 지난 날 새벽 4시17분이었습니다. 남부 하타이 지방에 사는 여성 네클라 카무즈(33)는 아들에게 젖을 먹이려고 깨어났습니다. 이때 건물이 무너지며 순식간에 파묻혔습니다. 카무즈가 살고 있는 집은 5층짜리 현대식 건물로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지리라는 걸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방에 있던 남편은 첫째 아들과 함께 나오려다 옷장이 그 위로 떨어져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마침내 지진이 멈췄을 때, 카무즈는 한 층 아래로 떨어졌지만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가족들의 이름을 불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습니다.

 

정 신을 차린 후, 자신이 어린 아들을 가슴에 안고 누워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카무즈 모자 옆에 다행히 옷장이 떨어지면서 커다란 콘크리트 판에 짓눌리지 않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거의 4일간 엄마와 어린 아기는 이곳에 묻힌 채 구조를 기다렸습니다.

 

 잔해에 깔린 첫날, 엄마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아기부터 살펴보았습니다. 다행히 아기가 숨 쉬고 있었습니다. 자욱한 먼지로 처음엔 숨쉬기조차 어려웠으나 이내 가라앉았습니다. 무엇보다 카무즈가 있던 곳은 따뜻했습니다. 전혀 움직일 수 없었기에 편안한 자세로 바꿀 수 없었습니다. 옆의 옷장과 갓 태어난 아들의 부드러운 피부, 이들이 입은 옷 외에 카무즈가 느낄 수 있던 건 콘크리트와 건물 잔해뿐이었다.

 

 멀리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카무즈는 장롱을 두드리며 소리쳐 도움을 청했습니다. 효과가 없자 옆에 떨어진 작은 잔해 조각을 집어 들어 옷장을 쾅쾅 세게 두드렸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 아무도 자신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무서웠습니다.

 

 한 줄기 빛도 들어오지 않는 건물 잔해 속에서 아이에게 어렵게 모유를 먹일 수 있었습니다. 음식과 물도 먹지 못한 채 바깥소리가 더 가까이 다가오기 전까진 최대한 힘을 아끼기로 했습니다.

 

 카무즈는 과연 자신이 이 잔해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았지만, 아기가 있었기에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아기의 이름은 `용감한 자`라는 뜻의 `야기즈`입니다. 아기는 대부분 잠을 잤으며, 울면서 잠에서 깨면 묵묵히 모유를 먹이며 아기가 안정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이렇게 어둠 속에서 90시간 이상이 흐른 순간이었습니다. 카무즈의 귀에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어서 누군가 잔해 저 너머에서 괜찮다면 노크 한번 해달라는 사람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어둠이 순식간에 걷히고 카무즈의 눈에 손전등 불빛이 들어왔습니다. 마침내 이스탄불 소방국 구조대에 무사히 구조됐습니다.

 

 카무즈는 야기즈를 구조대에 넘겨준 후 들것에 실려 빠져나갔습니다. 카무즈는 병원으로 이송된 후 남편과 첫째 아들도 부상된 채 구조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카무즈는 야기즈 덕에 자신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아들이 아주 어린 나이라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기에 매우 다행이라면서 아들이 다시는 이러한 일을 겪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했습니다.

 

 화제인 영상이 있습니다. 지난 6일(현지시각) 튀르키예 남부의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7.8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간호사들이 급박한 상황에서 인큐베이터를 지켜낸 영상이 공개됐습니다.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에서 간호사들이 건물 밖으로 대피하지 않고 인큐베이터를 향해 달려가서 온 힘을 다하여 잡고있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인큐베이터 안에서 가쁘게 숨을 쉬고 있는 아기들은 그 고마운 상황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 전 세계 사람들을 감동으로 출렁이게 했습니다. 책임감과 함께 사랑의 마음이 가득하기에 목숨이 위급한 상황에서 반사적으로 행할 수 있는 일입니다. 

 

 현재 시점, 사상자가 3만명이 넘은 튀르키예 지진에서 단 한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물론, 건물 한 채도 무너지지 않은 지역이 있습니다. 규모 7.8과 7.6 강진이 연이어 덮친 튀르키예에서 유일하게 무사한 지역은 에르진(Erzin)시입니다. 인구 4만2천명의 에르진은 이번 지진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본 하타이주에 있는 도시입니다. 

 

 주민들을 대지진으로부터 지켜낸 비법은, 바로 불법 건축을 허용하지 않은 에르진 시장 덕분입니다. `이 나라에 당신 말고는 정직한 사람이 없느냐`며 불법 건축을 허용하지 않는 자신에 대한 강한 비판의 목소리에도 그동안 꿋꿋하게 버티며 신념을 꺾지 않았습니다.

 

 세기의 재난 속에서 용기, 신념,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 덕목인지 깨우치게 됩니다. 튀르키예는 현재 복구가 시급한 실정입니다. 더불어 사랑과 봉사의 마음을 발휘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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