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AP/뉴시스]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23일 도쿄 참의원에서 열린 국회 개회식에 참석하고 있다.     © 울산광역매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까지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면서 선진 7개국(G7) 정상 중 우크라이나를 방문하지 않은 지도자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유일하게 됐다. 

일본이 올해 G7 의장국인 만큼 기시다 총리는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국제 사회의 결속을 주도해, 존재감을 높이고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지렛대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를 찾지 않은 유일한 G7 지도자라는 꼬리표가 기시다 총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일본 지지(時事)통신은 22일 선진 7개국(G7) 정상 가운데 우크라이나 방문을 성사시키지 못한 나라는 일본뿐이라고 전하면서 "G7 정상회의를 앞두고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우크라이나 지원에서 지도력을 발휘하고 싶은 생각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총리는 (방문)검토를 진행하지만 안전 확보 등 허들이 높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순방 당시 전용기를 통상 사용하는 에어포스원보다 작은 국내 여행용 보잉 757 모델(에어포스 C-32)을 이용하고, '에어포스원'으로 칭하는 대통령기 콜사인도 '특별공중임무(Special Air Mission)'의 약자를 딴 'SAM060'으로 바꿀 만큼 수개월에 걸쳐 치밀하게 계획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외에 G7 정상 중 가장 최근에는 이탈리아의 여성 지도자인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지지 방문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전격 방문에 대해 "우크라이나 연대를 표시하는 움직임으로 경의를 표한다"고 환영했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의 키이우 방문에 대해선 "제반 사정도 감안하면서 검토하고 있다"며 "현시점에서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만 말했다.

G7 정상회의에서 기시다 총리가 의장을 맡기 때문에 현지에서 직접 우크라이나의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는 통신에 "(기시다)총리의 우크라이나 방문에 대한 생각은 강하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은 총리가 국회 개원 중에 외국을 방문할 경우 국회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 총리 동정은 원칙적으로 언론사에 공표돼 바이든 대통령처럼 안전을 배려한 은밀한 행동은 쉽지 않다. 총리실의 한 간부는 "검토를 계속하고 있지만, 바이든과 같은 형태는 어렵다"고 지적했다고 통신이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 내에서는 "우크라이나를 방문하지 않은 정상이 총리뿐인 상황에서 G7 정상회의를 맞이하는 것은 피하고 싶다(외무성 간부)"는 초조한 목소리도 흘러나온다고 한다.

게다가 미국과 유럽 등 구미 각국이 최신예 전차의 공여 등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강화하는 가운데, 일본은 무기 공여에 제약이 있어 할 수 있는 지원은 한정돼 있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기 위해선 다른 유럽 지도자들과 달리 상당한 장거리를 극비리에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이동 시간이나 보안유지 등 현실적으로 더 많은 제약이 따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의장국으로서의 리더쉽을 어필하듯, 기시다 총리는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이 되는 24일에 젤렌스키 대통령을 초대해 G7 정상이 참여하는 화상회의의 개최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또 우크라이나를 위한 생활지원과 인프라 복구를 위한 55억달러(약 7조1800억원) 규모의 새로운 재정지원을 함께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