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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회> 얼룩말 ‘세로’ 이야기
 
하 송 시인   기사입력  2023/03/28 [18:32]
▲ 하 송 시인     © 울산광역매일

 어려서 부모님이 안 계셔서 마을 아주머니들이 혀를 끌끌 차는 속에서 자랐습니다. 매일 똑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엄마 안 보고 싶냐면서 마지막엔 안쓰럽다는 말을 꼭 붙이셨습니다. 

 

 부모님께서는 분가해서 도시에 거주 중이셨습니다. 동생들은 부모님을 따라갔는데 할머니께서 첫 손녀를 예뻐하셔서 혼자 시골에 남게 된 것입니다.

 

 시골 생활은 즐거웠습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지냈습니다. 학교에 다녀와서는 친구들과 넓은 들과 산으로 뛰어다니며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몰랐습니다. 명절 때와 방학 때는 부모님하고 동생들과 함께 지냈습니다.

 

 정작 나는 즐겁게 지내는데 어른들은 왜 혀를 차며 안쓰러워했는지를 드디어 어른이 되어서야 알았습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부모님과 함께 살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며칠 전 우리나라 동물원에서 얼룩말이 탈출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3월 23일 오후 2시40분쯤 수컷 얼룩말이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서 주변에 설치된 울타리를 부수고 탈출했습니다. 

 

 얼룩말은 인근 도로를 지나 주택가를 돌아다니다 3시간30분 만에 생포됐습니다. 이 얼룩말 이름은 `세로`입니다. 부모 얼룩말 사망 후에 큰 스트레스를 받으며 지내다가 탈출했다는 기사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세로`는 2019년 6월 동물원에서 태어나 부모와 함께 지내다 2021년 엄마 `루루`에 이어 지난해 아빠 `가로`를 차례로 잃었습니다. 얼룩말의 평균 수명은 20∼25세인데 부모 모두 나이가 20세 안팎이라 나이가 많아 사망한 것입니다.

 

 세로는 축사에서 홀로 지내왔습니다. 부모가 낳은 형과 누나들은 축사 공간이 부족해 세로가 태어나기 전 모두 다른 동물원으로 보내졌기 때문입니다.

 

 사람 나이로 계산하면 초등학교 3학년 나이에 부모를 잃고 형제도 없이 그동안 혼자 지내온 것입니다. 어느 날부턴가 `세로`가 반항하기 시작했습니다. 밥을 잘 먹지 않고 옆집 수컷 캥거루와 싸우기 일쑤였습니다. 

 

 최근에는 밤에 실내 공간인 내실로 들어오기를 거부하고 외부 방사장(외실)에서 지내려 했습니다. `세로`의 반항과 탈출 이유는 얼룩말이 무리를 지어 사는 동물인데 혼자 지내면서 외로움을 많이 느꼈던 때문입니다.

 

 동물원으로 복귀한 뒤에 `세로`가 단단히 삐진 상태로 간식을 거부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간식이 당근인데, 당근을 줘도 먹지 않고 실내 기둥을 머리로 `툭툭`치고 있다고 했습니다.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는 사육사들이 한 암컷 얼룩말을 `세로`의 짝으로 점찍어 논 상태입니다. 그런데 아직 암컷 얼룩말의 나이가 어려서 한동안 부모 얼룩말 곁에 머물고 있을 예정입니다. 

 

 내년에는 `세로`가 암컷 얼룩말과 함께 지내며 외롭지 않고 행복하게 지낼 것으로 보입니다. 참으로 기쁜 소식입니다. 

 

 미국의 ABC뉴스와 CNN, 영국의 BBC 등 다수의 해외 매체에서까지 `세로`가 부모를 잃고 스트레스가 심한 가운데 탈출을 감행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세로가 탈출한 뒤에 글로벌 인기스타로 등극했습니다. 부모를 잃고 외로움에 반항하며 동물원을 탈출한 `세로`에게 `답답한 동물원을 탈출한 세로의 꿈을 이뤄주자`며 각종 패러디 이미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세로가 두 발로 우뚝 선 채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모습, 오토바이를 타는 모습, 기타 치는 모습, UN 콘퍼런스에서 발언하는 모습 등 다양한 패러디 이미지가 SNS 공간을 통해 확산하고 있습니다.

 

 SNS에 팬 계정이 생겼고, `세로에 대한 랩 가사를 쓰기도 합니다. 또 이탈리아 프로축구 유벤투스의 선수 사진도 올라왔습니다. 얼룩말 `세로` 신드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는 부모 형제와 함께 이루어진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지내는 동안 그 고마움을 잘 알지 못합니다. 자식들은 부모로부터 당연히 받으면서 한 번 기대에 못 미치면 원망하기도 합니다. 하루빨리 부모에게서 독립하기를 손꼽아 기다립니다.

 

 결혼해서 자식을 낳아 키워봐야 부모 속을 안다는 말을 아들에게 자주 하곤 합니다. 직접 겪기 전에 미리 알면 좋을 텐데, 자식 키우면서 부모 마음을 알 때는 이미 늦을 때가 많습니다. 우리 아들만은 미리 알기를 기대하지만, 과한 욕심이라며 마음을 고쳐먹습니다. 

 

 홀로 외로움 속에서 발버둥 치다 반항하고 탈출한 `세로`는 세계적으로 공감을 받고 있습니다. 부모 형제의 따뜻한 품 안에서 배부르게 지내는 자녀들이 `세로`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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