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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회> 지금, 여기서 행복하기
 
하 송 시인   기사입력  2023/04/11 [17:58]
▲ 하 송 시인     © 울산광역매일

 4월 8일 토요일, 하늘이 맑았습니다. 갑자기 영하로 떨어질 거라는 예보와 달리 많이 춥지 않았습니다. 새벽 4시에 문득 잠이 깨서 여동생한테 따뜻한 겨울옷 입으라고 문자 보낸 것이 머쓱해졌습니다. 그동안 여동생이 코로나 팀장 업무를 맡아, 주말도 못 쉬는 공무원으로 고생해왔습니다. 다행히 승진하며 주말엔 쉬는 부서로 옮겨서 함께 산행하게 되었습니다.

 

 세 명이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전북 순창 `강천산`으로 향했습니다. 남편과 동생에게 쉬라고 내가 핸들을 잡았습니다. 가로수의 벚꽃은 대부분 떨어지고 보이지 않았습니다. 강천산 주차장은 한가했습니다. 매표소 앞에 있는 주차장까지 올라가서 여유있게 주차하고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병풍폭포에 도착하자 동생이 멋있다고 감탄했습니다. 병풍 모양의 넓은 폭포에서 물줄기가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요즘 가물어서 여름처럼 웅장하진 않지만 폭포로서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있었습니다.

 

 `맨발 산책로`에서 깃대봉을 향하여 오른쪽 등산로로 진입하며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화사한 진달래꽃이 반겨주었습니다. 연초록 잎이 나오고 있어서 꽃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산벚꽃도 아직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연달래라고 불리는 연분홍색의 철쭉 모습도 벌써 보였습니다.

 

 오랜만의 산행에 동생이 힘들까 봐 잠깐씩 자주 쉬었습니다. 동생은 괜찮다고 했지만 덜 힘들게 보였습니다. 쉴 때마다 꽃을 보며 감탄했습니다. 깃대봉 삼거리를 거쳐서 깃대봉에 도착했습니다. 등산객을 한 팀 만났습니다. 내가 먼저 인사를 하니 반갑게 화답해왔습니다. 

 

 드디어 정상인 왕자봉에 도착했습니다. 쉴 수 있는 벤치가 여러 개 있어서 조망이 특히 좋은 벤치를 골라 앉았습니다. 마치 가을 날씨처럼 맑은 하늘에 구름이 두둥실 떠가고 바람이 상쾌했습니다. 멀리 산 그리메를 보며 김밥과 간식을 먹으니 꿀맛이라고 동생이 말했습니다. 남자 두 명이 우리와 반대 방향에서 올라오더니 정상석을 한 번 슬쩍 보고는 지나갔습니다.

 

 "힘들게 정상까지 왔는데 기념사진이라도 찍고 쉬었다 가지, 많이 바쁜가?"라고 말을 하다, 오히려 그 사람들이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행에 어떤 목적을 두지 않고 산이 좋아서 산행하는 순수함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여동생도 처음에는 힘들게 생각됐는데 시간이 갈수록 산행이 즐겁고 힐링 된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앞으로 산에 오를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되겠냐면서 열심히 다니자고 결의을 다졌습니다. 더 이상은 등산객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꽃과 나무와 구름까지 골고루 사진을 찍으며 정상에서 여유롭게 누리다가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좀 더 길게 강천산을 느끼고 싶어서 출렁다리 코스 대신에 형제봉으로 향했습니다. 

 

 형제봉에서 강천 제2호수쪽으로 가는 길은 능선을 타다 내리막길로 접어들었습니다. 파란 호수와 하얀 산 벚꽃이 어우러져 절경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이어서 테마공원 산수정이 나타났습니다. 역시 무척 멋졌습니다.

 

 아주머니 두 분이 다가와서 출렁다리와 강천사가 어디에 있는지 물었습니다. 어디로 왔는지 물었더니 `맨발 산책로`로 왔다고 했습니다. 그럼 두 곳을 거쳐 왔는데 못 보고 지나쳐 온 듯했습니다. 강천산 안내도를 보며 출렁다리와 강천사 위치를 친절하게 설명해드렸습니다. 이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동생이, 언니는 은퇴 후에 `해설사` 하면 잘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주위에서 권하고 있는데 동생 말을 들으니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산수정부터는 무거운 등산화를 벗고 맨발로 걸었습니다. 잘 조성된 `맨발 산책로`를 대부분은 신발을 신은 모습이었습니다. 한 참 걷는데 갑자기 한옥으로 지어진 예쁜 건물이 보였습니다. 그곳은 카페였습니다.

 

 실내에 들어서니 레몬 나무 화분 두 그루에 노란 레몬이 주렁주렁 달려있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조화 같은데 `만지지 말고 눈으로만 봐주세요` 팻말이 부착되어 있었습니다. 가까이에서 자세히 보니 살아있는 진짜 나무였습니다. 얼마나 수많은 사람들이 직접 만지면서 확인하려고 했을지 실감이 났습니다. 

 

 커다란 통창 밖에는 아름드리 나무에 아기 손을 닮은 새잎이 연초록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견과류가 수북하게 쌓인 따끈한 대추차가 온몸의 피로를 녹였습니다. 카페 안, 흰 벽에 검정 글씨로 깔끔하게 적혀있는 문장이 가슴에 닿아왔습니다. 우리 이야기였습니다.

 

<지금,

여기서

행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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